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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비즈] 추억보정 없는 ‘현대차 포니의 시간’ 흥행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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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3.07.12 09:30:08

1975년 첫 독자 모델 ‘포니’가 주인공
중년의 시민들, 옛 ‘아빠차’ 추억 회상
1주일만에 약5천명 몰리자 전시 연장

 

현대자동차가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진행중인 전시회 '포니의 시간'에서는 다양한 포니 차량을
만나 볼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바쁜 시대. CNB뉴스가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먼저 가서 눈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합니다. 이번은 요즘 재관람이 빈번한 한 전시회 이야기 입니다. <편집자주>


 


‘추억보정’이란 말에는 부정적 어감이 있다. 과거는 여하튼 미화된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지나간 일은 부풀려진다는 것인데, 이 말이 힘을 잃는 전시회가 지금 열리고 있다. 보정 없는 추억으로 연일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포니의 시간’이다.

현대자동차 주최로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진행 중인 이번 전시는 회고전 성격이다. 현대차의 첫 독자 생산모델인 1975년생 포니와 함께 과거를 돌아본다. 추억의 힘은 강해서 시작 이후 일주일 만에 약 5000명이 찾았다. 이어지는 발길에 현대차는 당초 8월 6일까지에서 10월 8일까지로 전시 기간을 약 두 달 늘렸다. ‘포니의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전시장에 나온 포니 왜건(위)과 포니 픽업 (사진=선명규 기자)

 


N차 관람 이어지며 너도나도 ‘포니앓이’



“두 번째 왔어요. 처음은 남편이랑, 이번엔 부모님 모시고요.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예상이 맞았네요.”

어떤 그리움은 강한 중독을 일으킨다. 회상으로 점철된 이 전시를 수차례 찾는 ‘N차’ 관람객이 늘고 있는 이유다. 나만 상기할 수 없다는 아쉬움에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까지도 끌어들이니 발길의 부피는 더욱 커진다.

주로 가족 단위의 재관람이 많은데, 포니가 ‘아빠차’의 대명사였던 까닭이다. 이들은 진열된 실물 차량을 보며 저마다 간직한 추억을 늘어놓곤 한다. “쟤가 아빠 인생 첫차다.” “저기에 우리 식구가 어떻게 다 탔을까 몰라.” “좁아도 피서 갈 땐 얼마나 신났다고!” 전시장엔 말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전시는 5층에서 시작해 내려가며 관람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시작점인 5층의 포문은 1982년 출시된 포니2가 연다. 이 개띠 차는 당시 선호도 높았던 연갈색을 그대로 입고 있다. 층을 바꿔서도 기억 속에 잠든 차량이 하나둘 눈을 뜨며 나타난다. 포니 왜건, 포니 픽업이 그 모습 그대로 전시됐다.

‘장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쑥한 새얼굴도 있다. ‘포니 쿠페 콘셉트’의 복원 모델과 여기서 영감 받아 디자인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Rolling Lab) ‘N 비전 74’도 볼 수 있다.

포니의 시간은 1층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 차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대형 전광판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포니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주제로 개최한 공모전의 출품작들이다. 의아한 것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김없이 가족이 피사체로 등장한다는 점. 구도와 배경도 대부분 일치한다. 여행지나 마당에서 포니와 찍은 사진들이다. 노랗게 바랜 장면 속 가족들은 하나같이 환히 웃고 있다. 가족의 밝은 얼굴이 제일로 꼽은 추억이어서 이 사진들을 냈을 것이다.

 

N 비전 74(위)와 포니 쿠페 (사진=선명규 기자)

 


‘포니 전성기’ 1970~80년대 대중문화도 전시



이번 전시에 차량만 등장하진 않는다. 포니가 탄생하고 국민적 인기를 끈 시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를 떠올릴만한 전시물이 많다. 대부분 대중문화와 관련한 사료들이다.

그 대표적 역할은 역사적인 간행물을 모은 코너가 한다. 유서 깊은 건축지 ‘공간(SPACE)’의 1977년 12월호, ‘뿌리깊은나무’ 1978년 4월호 외에도 ‘음악동아’, ‘창작과비평’ 등 쟁쟁한 잡지가 한 데 모여 있다. 모두 당대를 풍미했거나 지금도 널리 읽히는 잡지들이다.

영화로 보는 그 시대도 있다. 터미네이터(1984년), 람보(1983년), 그렘린(1985년), 진짜 진짜 잊지마(1976년) 등 당시 스크린을 평정한 영화의 포토카드가 나열됐다. 관람용만은 아니고 ‘뽑기’를 통해 나온 포토카드를 관람객에게 주기도 한다.

일부 영화는 상영도 하고 있다. 비디오테이프란 이름으로 친숙한 VHS로 재생한 영화가 브라운관TV에서 나온다. 이 공간은 마치 1980년대 성행한 비디오대여점을 떠오르게 한다. 진열장에 라붐, E.T, 고래사냥 등 당시 영화 VHS가 다수 꽂혀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에는 1970~80년대 대중문화를 엿볼 수 있는 사료들과 포니 광고, 디오라마도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그 시절 대중문화를 아우르던 전시 여정은 다시 포니에 다다른다. ‘포니가 새로와졌읍니다’ 등이 새겨진 인쇄매체 광고, 당시 생산 공정을 구현한 디오라마(실사모형)를 비롯해 도면과 작업노트도 전시됐다. 이를 통해 포니의 과거를 읽을 수 있는데, 이번 전시 개최의 목적이 여기에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포니의 시간’ 오프닝 기념식에서 한 말에 정확한 그 근거가 있다.

“인공 지능이 화두가 되고, 로보틱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존재 이유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의 시작을 돌이켜 보고, 무엇이 오늘날의 현대자동차를 만들었는지 다시 되짚어 보고자 했다.”

반추를 통해 미래로 가는 지름길을 찾으려는 것이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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