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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다시 청년정신으로”…롯데 CEO들이 회고하는 신격호 창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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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5.04.28 09:33:08

롯데의 前 CEO들이 기록한 故 신격호 회장
한일 오가며 현장경영 펼치던 감동의 순간들
셔틀경영의 원조…빈틈없는 꼼꼼함과 전문성
패기 넘치던 청년의 꿈과 도전, 글·사진 기록

 

롯데재단이 그룹 계열사 CEO들과 함께 만든 신격호 명예회장에 대한 평전 ‘신격호의 꿈, 함께한 발자취’ (사진=손정호 기자)

‘껌 장사’에서 시작해 롯데그룹을 국내 재계 서열 6위의 대기업군으로 일군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을 회고하는 평전이 발간돼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책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롯데그룹의 전직 CEO들에 의해 쓰여졌다는 점에서 재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의장이 이끄는 롯데재단은 최근 ‘신격호의 꿈, 함께한 발자취’를 출간하고, 이를 기념하는 북토크와 전시회를 개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을 기억하고 재평가하자는 취지에서 독후감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책은 롯데그룹을 키워온 계열사 CEO들이 신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을 수필로 써서 엮은 것이다. 책에는 ‘롯데그룹 CEO들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4개의 파트별로 전직 CEO 40여명이 직접 쓴 글이 빼곡히 담겨 있다.

롯데물산 김명수 전 대표는 책에서 “회장님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실 때마다 틈을 내어 해외 사례를 직접 돌아보셨다”며 “우리 TF팀에게도 일본은 물론이고 동남아, 유럽, 미국 심지어 중동 아랍권까지 초고층 건물과 잘 만들어진 복합쇼핑몰을 견학하는 것은 필수적인 업무였다”고 말한다.

롯데월드 신영재 전 대표는 “호텔에 머무르실 때면 어김없이 이어지던 회장님의 야간 순찰은 경영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과였다”며 “매일 밤 9시 30분, 2시간에 걸친 꼼꼼한 점검은 주방, 영업장, 기계실 등 호텔 곳곳을 아우르며 이뤄졌다”고 회상한다.

 

롯데재단 신영자 의장(왼쪽 다섯번째), 롯데장학재단 장혜선 이사장(왼쪽 여섯번째)과 롯데그룹 전직 CEO들이 신격호 명예회장 평전 발간 기념 북토크 및 전시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롯데재단)

롯데KKD(현 롯데GRS) 박정환 전 대표는 “한국과 일본을 한 달씩 오가며 펼치신 셔틀경영은 그 자체로 혁신이었다”며 “단순한 경영방식을 넘어 사업의 책임을 온전히 담당자에게 맡기는 탁월한 지혜의 발현이었다”고 평가한다.

세븐일레븐 주우환 전 대표는 “영등포, 잠실, 부산 등 여러 롯데백화점 점장을 역임하며 2개월마다 한 번씩 회장님을 직접 안내하며 현장 업무를 수행했다”며 “회장님은 백화점을 방문할 때마다 꼼꼼하게 매장을 돌아보며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현장 실태를 파악하셨다”고 회고한다.

롯데중앙연구소 김용택 전 사장은 “화학공학을 전공하신 회장님께서는 자일리톨의 제조 공정과 원료 소스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보여주셨다”며 “롯데의 핀란드산 자작나무 자일리톨과 B사의 중국산 옥수숫대 자일리톨을 비교하시며 차이점을 명확히 짚어내셨다”고 기록한다.

롯데호텔 서만선 전 이사는 “‘1원을 찾아 나서라’라는 회장님의 말씀은 경영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며 “기업을 빈틈없이 경영해야 하며 일상생활에서도 작은 일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깊은 통찰이 담긴 명언이자 회장님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들 외에도 롯데인재개발원 김정달 전 원장, 롯데경제연구소 구영훈 전 소장, 부산롯데호텔 손일권 전 대표, 롯데칠성음료 정황 전 대표, 롯데상사 이충익 전 대표, 롯데면세점 최영수 전 대표, 롯데케미칼 정범식 전 대표, 롯데JTB 김진익 전 대표 등이 신 명예회장과 함께 어렵고 힘든 시절을 극복한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사진도 눈에 띈다. 평전의 다섯 번째 파트에는 롯데호텔 기공식부터 롯데백화점 오픈 행사,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러시아 비즈니스 파트너 등을 만난 모습 등을 기록한 사진을 담았다. 신영자 의장과 증손주 등 가족들, 배용준 배우, 박찬호 선수와 함께 찍은 사진도 정겹다. 롯데월드타워,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생가 사진은 그룹의 역사를 알려준다.

 


‘그가 바라본 내일’ 평전 독후감 대회 열려



평전 발간을 기념해 롯데재단은 지난 16~20일 서울시 부암동에 있는 전통문화공간 무계원에서 전시를 열었다. ‘상전 신격호 展 : 그가 바라본 내일’이라는 제목의 전시에는 평전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그린 삽화, 시민들이 롯데와 함께 한 순간을 담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그가 바라본 내일’을 주제로 한 평전 독후감 대회 포스터도 공개했다. 오는 6월 8일까지 평전을 읽고 독서감상문이나 독후화, 동영상, 카드뉴스 등 자유 형식으로 응모할 수 있다. 일반부, 롯데그룹사 임직원부 두 분야로 공모하는데 최우수상 등을 가려서 시상할 예정이다.

 

신격호 명예회장 평전 발간을 기념해 열린 ‘상전 신격호 展 : 그가 바라본 내일’ 전시. (사진=손정호 기자)

지난 16일 열린 북토크에는 신 명예회장의 적장녀인 신영자 의장을 비롯, 손녀인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증손녀, 김명수 롯데물산 전 대표, 유창호 후지필름 전 대표가 참여해 추억을 공유했다.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 방 창문에서 바라보면 남산이 보이는데 ‘내가 판 껌이 남산만 하다’고 말씀하셨다”고 추억했다.

김명수 전 대표는 “롯데월드타워 프로젝트를 18년 동안 담당하며 어려움과 고비가 많았다”며 “초고층 빌딩을 수익 사업으로 진행하지 않고 서울의 품격을 높일 사업이라고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신 명예회장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가 성공한 대표적인 사업가로 꼽힌다. 그는 1922년 경남 울산에서 5남 5녀 중 맏이로 태어났는데, 1942년 관부 연락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과 우유 배달을 하며 고학 생활을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공장이 전소되는 시련을 딛고 일어나 비누를 만들며 재기하고, 일본에 주둔한 미군을 상대로 껌을 생산해 공급하는 사업으로 롯데의 토대를 만들었다. 1948년 자본금 100만엔, 종업원 10명으로 세운 법인사업체가 롯데였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 (사진=롯데지주)

이후 롯데는 초콜릿을 생산하며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음료 부문에 진출해 연이어 성공했다. 신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종합 제과 기업으로 크게 성공했지만, 한·일 수교 이후인 1968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한국에 진출했다. 1970년대에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 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면세점 등을 설립하며 식품에 이어 유통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등으로 기간산업에도 진출했다. 서울 잠실에 평생 숙원이던 롯데월드타워를 준공해 일반에 개방했고, 지금까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랜드마크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관광 산업 분야에서 기업인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롯데그룹은 우리나라 재계 6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롯데 CEO들이 신 명예회장을 기리는 이유는 기업가 정신을 롯데 후배들과 청년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한일 두 나라에서 모두 성공한 ‘영원한 청년 신격호’는 롯데그룹이 미래를 개척하는 데 있어 여전히 정신적 토대가 되고 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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