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9경 중의 하나인 마산시 팔룡산 돌탑이 누군가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 7일 오전 돌탑을 직접 쌓아오고 있는 이삼룡 전 마산시 환경시설관리사업소 관리소장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박일호 기자 iris15@
공든탑이 무너졌다.
마산 9경 중 하나인 마산시 양덕동의 '팔룡산 돌탑'이 훼손됐다. 93년부터 17년 동안 팔룡산을 오르며 946개의 돌탑을 쌓아온 '팔룡산 도사' 이삼룡(61) 씨는 7일 오전 9시 30분께 정성으로 쌓아온 돌탑 65개가 허물어져 있는 걸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마산시 환경시설관리사업소 관리소장으로 있다 지난 3월 퇴직한 이 씨는 이산가족의 애끊는 사연을 접하고, 통일을 빌면서 매일 공들여 탑을 올렸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 1000개를 목표로 자식처럼 돌봐 온 돌탑이 흩어진 모습에 그는 망연자실했다. 이 씨는 "1m짜리 돌탑 60개, 3m짜리 돌탑 5개를 누군가 밀어서 쓰러뜨렸다. 새벽에 팔룡산에 올랐다가 아침밥 먹으러 집에 잠깐 다녀온 사이에 일이 벌어졌다. 오전부터 내내 복구하고 있는데, 일주일은 걸려야 다시 원상태로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산시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팔룡산 돌탑을 시에서 마산의 자랑거리인 '마산 9경'으로 지정해놨는데, 나중에 산 주인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시가 일대 땅을 사들였다. 돌탑이 무너졌는데, 만든 이가 아니면 기술이 없어서 다시 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시비 15억 4000만 원, 도비 8억 3000만 원 등 총 23억 7000만 원을 들여 '마산 9경'인 팔룡산 돌탑 일대 땅 1만6914㎡(5116평가량)를 샀다.
돌탑 훼손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를 마산시장으로 보고 '재물손괴죄'를 적용해 범인을 쫓고 있다. 경찰은 마산시에서 돌탑 일대 땅을 사들여 '효용가치'가 있는 시의 재산으로 삼는 만큼 마산시가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목격자도 단서도 없어서 경찰은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현장을 다녀온 경찰 지문 감식반 관계자는 "돌탑 앞에 놓여있던 훌라후프가 유일한 단서다. 땅이 마르고 등산객이 많아서 어떤 발자국인지 알아보기도 어렵고, 돌도 거칠어서 지문 흔적이 없다. 훌라후프에도 별다른 흔적이 없었는데, 거둬와서 다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