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김득신·김준근 등 옛풍속화 전시
작품과 함께 작품 속 농기구 함께 진열
‘생명의 근간’인 농업 알리기 위해 기획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바쁜 시대. CNB뉴스가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먼저 가서 눈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풍속화를 통해 우리 농경 문화를 알리고 있는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농협중앙회는 서울 중구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빌딩 옆 농업박물관에서 우리 선조들의 농경 문화를 풍속화로 알아보는 ‘홍도야, 놀자! 전(展)’(8월 31일까지)을 열고 있다.
기자는 지난 7일 이곳을 찾았다. 서울 지하철 안국역에서 농협중앙회 중앙본부 빌딩 방향으로 나가면 바로 옆에 농업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작물이 자라고 있는 야외 논밭 앞에 현대식으로 지어진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이다. 외부에 이번 전시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농업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1층 기획전시실에서 ‘홍도야, 놀자!’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실 입구에 쟁기로 밭을 가는 사람들을 표현한 우리 민속화 그림을 확대한 이미지가 붙어 있어 정겹게 느껴졌다.
전시장 앞에는 “김홍도의 ‘단원풍속화첩’을 비롯하여 신윤복, 김준근 등 많은 풍속화가들의 작품 속에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수확을 하는 농부들의 다양한 모습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런 풍속화 속에 등장하는 도리깨, 쟁기, 호미, 낫 등의 농기구가 농사 도구가 아니라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삶의 흔적이자 기술과 문화의 산물이라는 설명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시실에서는 우리 선조들의 농경 문화를 그린 풍속화 작품의 이미지, 그림 속에서 사용된 농기구를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우선 김홍도 화백의 ‘단원풍속화첩’ 속에 있는 ‘벼 타작’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일꾼들이 곡식의 이삭을 떨어 알곡을 거두는 타작에 몰두하는 모습을 그린 18세기 후반의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탈곡 도구인 개상을 이용해 알곡을 터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실제 농기구인 개상 유물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김홍도의 ‘길쌈’ ‘자리짜기’ 그림도 살펴볼 수 있다. ‘길쌈’은 베틀에서 길쌈하는 아낙네와 이를 바라보는 아이를 업은 여자를 생동감 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자리짜기’는 자리짜기에 여념이 없는 아버지와 물레에서 실을 뽑는 어머니,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를 그린 그림이다.
이 민속화에 등장하는 베를 짜기 위해 날실을 감아 놓은 틀인 도투마리, 돗자리 등 자리를 짜는 도구인 자리틀, 솜에서 실을 자아내는 기구인 물레의 실물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김홍도의 그림 속에 담겨 있는 우리 선조들의 농업과 관련된 활동을 보다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김득신 작가의 ‘추수타작’ 그림도 볼 수 있다. 마을 청년들이 소나무 아래에서 추수 시기에 열심히 벼를 타작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그림 한쪽에는 살포라는 도구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논에 물꼬를 트거나 막을 때 사용하는 도구인데, 실물 살포를 옆에 세워 놓아서 풍속화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김준근 화백의 ‘가산풍속도’ 안에 있는 ‘밭갈이’ 그림도 인상적이다. 소 두 마리가 쟁기질을 하고, 농부들이 씨앗을 뿌리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19세기 말의 작품이다. 그 옆에는 씨앗을 담아 뿌리는 도구인 삼태기가 실물로 걸려 있다.
투호 놀이·포토존 등 ‘이색 체험’
김학수 화백의 ‘농가월령도 5월령’은 원화(原畫)로 감상할 수 있다. 산과 푸르른 나무가 아름다운 시골 마을에서 사람들이 보리 타작을 하고, 음식을 만들거나 소를 돌보는 모습을 담은 1986년에 완성된 작품이다. 유리관 속에 들어있는 풍속화를 바라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그림 옆에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실제 농기구들이 함께 진열돼 있다. 곡식이나 가랑잎 등을 한곳에 모으는 도구인 갈퀴, 보리와 콩, 깨 같은 곡식을 두드려 낱알들을 떨어내는 도리깨가 걸려 있다. 짐을 싣고 나를 때 사용하는 지게, 쌀이나 곡식을 담아 분량 단위로 이용하는 되, 곡식을 갈 때 쓰는 맷돌도 놓여 있었다.
전시장에는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신윤복 화백의 ‘혜원전신첩’ 안에 있는 ‘임하투호’ 그림을 크게 프린트해 놓은 포토존이다. 선비와 여인이 전통놀이인 투호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그 앞에 투호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항아리와 화살을 놓았다. 이를 즐기고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농업박물관은 상설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1층에서는 농업역사관, 2층에서는 농업생활관을 둘러볼 수 있다. 신석기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이어진 한민족의 농업에 대한 역사를 여러 유물과 실물 크기의 고증 자료로 보여주고 있다. 지하 1층에 있는 농업홍보관에서는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 농협경제지주 등 현재 우리나라 농협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다. 스마트팜 등 미래 농업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농업박물관에서 풍속화 전시를 개최하는 이유는 우리 농업의 긴 역사를 보다 자세하게 알리기 위해서다. 건강에 좋은 깨끗한 먹을거리, 로컬 푸드의 중요성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생명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 산업인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 그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농업박물관 관계자는 CNB뉴스에 “풍속화 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농경 생활이나 농기구에 대한 것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며 “작품 속에 있는 유물들을 살펴보며 어떤 농기구를 갖고 살아갔는지를 알리기 위해 전시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