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영화사의 위대한 업적들을 발견하고 탐구하는 ‘세계영화사의 위대한 유산, 월드시네마 2025’이 오는 27일부터 6월 26일까지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22회를 맞이한 ‘월드시네마’는 시네마테크를 대표하는 연례 프로그램이다.
이번 ‘월드시네마 2025’은 ‘아이들의 나라’와 ‘집/없음/에 관하여’, 그리고 ‘포커스 온 타비아니 형제’ 등 3개 섹션에서 총 23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어른의 세계와 불화하는 아이들의 세계를 그려 낸 걸작선 ‘아이들의 나라’, ‘집’ 혹은 ‘집없음’의 테마를 새겨 넣은 영화사의 정전 ‘집/없음/에 관하여’, 이탈리아 모더니즘 영화의 마지막 거인으로 평가받아 온 형제 감독 ‘포커스 온 타비아니 형제’ 등에서 세계영화사에 새겨진 다양한 목소리와 시선을 선보인다.
‘아이들의 나라’ 섹션에서는 스웨덴 출신 세계적 거장 잉마르 베리만이 쓴 첫 각본을 바탕으로 스웨덴 대표 감독 알프 셰베리가 스웨덴의 교육 시스템과 청소년의 갈등을 그린 ‘고통’(1944), 아르헨티나 대표 감독 레오나르도 파비오가 자신의 성장기를 투영한 첫 장편 ‘외로운 아이의 연대기’(1965), 리투아니아 감독 아루나스 제브리우나스가 어린 소녀 잉가의 여름날을 투명하게 포착한 ‘아름다운 소녀’(1969), 아버지가 사라진 후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는 형제의 상실과 침묵을 시적으로 그린 페드로 코스타의 기념비적인 데뷔작 ‘피’(1989), 외딴 기숙 학교에서 사는 소녀들의 비밀스럽고 은밀한 성장을 그린 뤼실 하지할릴로비치의 장편 데뷔작 ‘이노센스’(2004), 오스트리아 감독 울리히 사히들의 ‘파라다이스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십 대 소녀의 사랑과 욕망을 담은 ‘파라다이스: 호프‘(2013),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알론소 루이즈팔라시오스의 장편 데뷔작으로 대학 파업이 심각한 사태로 이어지던 혼란한 멕시코시티에서 전설의 록 스타를 찾아 나선 청년들의 여정을 담은 흑백 로드 무비 ‘구에로스’(2014) 등 7편을 상영한다.
‘집/없음/에 관하여’에서는 베르히트의 각본을 바탕으로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의 주거에 대한 공동체적 사고 실험을 다룬 ‘쿨레 밤페, 혹은 세상은 누구의 것인가?’(1932), 비토리오 데 시카가 전후 이탈리아의 심각한 주거 문제를 현실적으로 그린 ‘지붕’(1956), 우크라이나 산악 지대를 배경으로 한 신화적 사랑 이야기로, 뿌리와 정체성에 대한 시적 탐구를 담은 걸작 ‘잊혀진 선조들의 그림자’(1965), 19세기 말 뉴욕의 유대인 이민자 공동체를 배경으로 전통과의 동화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헤스터 스트리트’(1975), 어느 포르투갈 작가의 문화적 유산과 동서양을 아우르는 매혹적인 유랑을 담은 ‘사랑의 섬’(1982), 콜롬비아 원주민 공동체가 식민과 근대화로부터 땅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서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우리 대지의 목소리, 기억 그리고 미래’(1982), 1980년대 초 흑인 중산층 여성의 삶과 내면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린 ‘루징 그라운드’(1982),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갈등을 개인의 결혼식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갈릴리에서의 결혼’(1987), 라브 디아즈가 필리핀 독재 정권 아래 어느 농촌 가정의 지난한 삶과 고통을 10시간 반에 달하는 영상에 담은 라브 디아즈의 ‘필리핀 가족의 진화’(2004) 등 9편을 선보인다.
‘포커스 온 타비아니 형제’ 섹션에서는 이탈리아 모더니즘 영화의 거장인 형제 감독 비토리오 타비아니와 파올로 타비아니를 기린다. 혁명적 이상에 사로잡힌 19세기 아니키스트 청년을 주인공으로 한 정치 드라마 ‘성 미켈레의 수탉’(1972), 나폴레옹 몰락 이후 실존적 방황을 겪는 군인의 시선을 통해 유토피아를 향한 희망과 좌절을 그린 ‘알롱상팡’(1974), 억압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소년이 교육을 통해 자유와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 ‘파드레 파드로네’(1977),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자유와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의 여정을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담은 ‘로렌조의 밤’(1982), 이탈리아 문학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술을 엿볼 수 있는 타비아니 형제의 대표작 ‘카오스’(1984), 실제 이탈리아 교도소 수감자들이 셰익스피어 연극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탐구와 성찰을 담은 ‘시저는 죽어야 한다‘(2012), 파올로 타비아니가 형 비토리오 타비아니 사망 이후 처음으로 단독 연출한 작품 ‘레오노라 아디오’(2022) 등 7편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부대 행사도 즐길 수 있다. 임재철, 박인호, 홍은미 영화평론가를 초청한 특별강연(6월7일, 14일, 15일 3회)와 부산에서 지속적인 영화 연구를 이어 가는 부산영화평론가협회가 함께 하는 '세계영화사 오디세이'(6월5일, 6일, 8일 총 6회 진행)를 진행할 예정으로 구형준, 김민우, 이광호, 이동윤, 한창욱, 함윤정 영화평론가가 해설자로 나선다. 그리고 김은정, 김필남 영화평론가와 이지행 영화 연구자, 전은정 부산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허정식 영화강사의 시네도슨트 영화해설(6월17일, 18일, 19일, 24일 총 6회)도 함께 준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