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반세기 지킨 ‘압구정 현대’ 전통 잇겠다”
삼성물산, 시공능력평가 1위 자존심 걸고 첨단설계
건설업계 1·2위 간 용호상박 혈전…결론은 9월경에
국내 시공 능력 1위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역대급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두고 서울 압구정동에서 맞붙는다. 정비사업 강자로 돌아온 삼성물산도, 한남4구역을 놓친 현대건설도 물러서기 힘든 한판이다. 양사의 정면승부가 펼쳐질 현장은 일명 ‘압구정 2구역’이다. CNB뉴스가 지난 23일 이곳에 가봤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압구정 2구역(압구정 아파트지구특별계획구역2)에서는 지난 1982년 준공한 신현대아파트(9·11·12차) 1924호를 한강변 초고층 대단지 아파트 2571호로 재건축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공사비만 2조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다음달 조합이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압구정 2구역은 서울시가 2023년 7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사업지로 선정한 후, 압구정 일대 6개 구역 가운데 가장 먼저 정비계획안을 통과한 곳이다.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아지며 조합원과 수요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베일에 가린 ‘S라운지’…조합원만 출입
서울 압구정역 지하철 6번 출구로 나와 걷다 보면 재개발이 예정돼있는 신현대아파트 정문이 보인다. 횡단보도 건너 맞은편에서 아파트 전경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2번 출구로 나와서 카페와 식당 골목길 사이를 걷다 보면 삼성물산 ‘S라운지’ 건물을 볼 수 있다. 이달 초 신현대아파트 맞은편에 브랜드(상표) 홍보관 ‘압구정 S라운지(Lounge)’를 연 것이다.
압구정동 주민용 홍보관을 표방하지만 당장은 압구정 2구역 조합원만 관람 가능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CNB뉴스에 “S라운지는 현재 조합원 전용으로만 개방되며, 일반에게는 비공개 상태”라고 밝혔다.
언론에도 내부를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기밀 유지에 신경을 썼다. 사실상 압구정 2구역 견본주택인 셈이다. 삼성물산은 S라운지를 통해 그간 쌓아온 기술을 소개하며 경쟁사를 압도할 계획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아랍에미리트(UAE) 부르즈할리파(828m)와 두 번째로 높은 빌딩 말레이시아 메르데카(679m)를 건설한 경험과 넥스트홈, 층간소음 저감 등 기술력을 직관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또 압구정 2구역 입찰 공고 뒤 단지 모형, 특화 설계도 전시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측은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랜드마크(세계적 건축물)가 될 수 있도록 사업에 진심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대건설, ‘압구정 현대’ 등 상표권 확보 총력전
CNB뉴스는 이날 현대건설이 운영 중인 ‘디에이치 갤러리’도 찾아갔다. 디에이치 갤러리는 조합원 전용 주택전시관으로 압구정역과 한 정거장 떨어진 신사역에 위치한다. 지난 2023년 개관해 양재동에서 신사동으로 옮겨졌다. 디에이치 갤러리는 홍보가 이뤄지는 갤러리와 직원들이 근무하는 라운지로 분리돼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통을 이어갈 적임자를 자처하며 대응에 나섰다. 원주민들이 아끼는 단지 이름을 재건축 뒤에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압구정 현대’, ‘압구정 현대 아파트’ 등 상표권 4건을 출원했다. ‘현대건설만이 압구정 현대아파트 이름을 쓰겠다’는 의지다.
‘현대아파트’ 상표권은 압구정 일대 현대아파트 건설에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 등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건설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초기 물량이다. 특허청은 지난달 ‘이미 등록된 상표와 유사성에 대해 의견과 자료를 보강하라’고 현대건설에 요구한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특허청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대건설 측은 “압구정 현대라는 명칭이 무단으로 사용되거나 혼용되는 불상사를 방지하는 한편 고유의 자산 가치 전승에 매진할 계획”이라며 “상표권 등록 후 명칭의 권리를 조합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무법인을 통해 특허청에 ‘ 제3자가의 압구정 현대 상표권 등록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압구정 현대’의 상징적 가치를 훼손하거나 입주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개입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양사에 대한 입주민들의 선호도는 어떨까?
신현대아파트 인근 한라공인중개사 대표는 CNB뉴스에 “젊은 분들은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을, 연세 있으신 분들은 (압구정의) 전통성을 갖고 있는 현대건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이 한남4구역 수주전보다 치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 업황이 갈수록 악화돼 대형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을 피하는 분위기지만, 강남 노른자위인 압구정만큼은 양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막판까지 입찰을 저울질하던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사업’을 포기한 이유가 압구정 수주전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반세기 정통성을 지켜내겠다고 공언한 만큼,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승패는 여름에 판가름 난다. 조합은 6월 입찰 공고 이후 시공사 설명회 등을 거쳐 9월 말 총회에서 시공사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CNB뉴스=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