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기자수첩] 나라가 불탄다

  •  

cnbnews 이성호기자 |  2025.05.30 11:05:43

(사진=연합뉴스)

나라가 불탄다. 나라가 불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실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들이 스스로 어지럽혀 그동안 힘겹게 쌓아놓은 찬란하고 비옥한 대지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위태스러운 망국의 불길에 참다못한 민초들이 일어나 횃불이라는 맞불을 놓는 것이다.

계엄이라는 과거 역사 속 망령이 되살아났다. 마치 절대군주 왕이라도 된 것처럼. 두려움에 심장이 떨려왔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국민 심연 깊은 곳에서 불꽃이 타오른다. 그렇게 조그만 불씨들이 모여 횃불이 됐고 참극을 서둘러 막았다. 앞서 필자는 거두절미하고 윤정권의 성공을 기원한 바 있다(참조: [기자수첩] 솔로몬의 지혜). 국민이 선출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기에 윤정권이 성공해야 국민도 성공하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해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하지만 통수(統帥)권자는 국민 통수를 쳤다. 일반적인 상식에서 생각하는 국민의 ‘성공’이란 개념과 개인의 ‘성공’ 간에 괴리감이 극에 달했던 것이다. 기대에 못 미치기는 커녕 ‘계엄’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자기 뜻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병력을 동원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윤석열) 탄핵심판 결정문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마지막 계엄이 선포된 때로부터 약 45년이 지난 시점에서 또다시 정치적 목적으로 국가긴급권을 남용했다. 이제는 더이상 국가긴급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계엄 포고령 내용을 살펴보면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령부의 통제를 받도록 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전면적·포괄적으로 박탈하려고 했다.

특히, 섬뜩한 것은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해 처단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이러한 국가긴급권의 남용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 질서를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대외신인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정치적 불확실성의 확대로 인한 외교적·경제적 불이익 등을 고려할 때, 국익을 중대하게 해하였음이 명백하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은 상실됐고, 더는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른 것이다.

 

폭력이 수단이 될 순 없다. 폭력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자유’를 신념으로 삼아 외치고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었던 윤정권. 역설적이게도 공정과 상식 그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자유가 흐르고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아니라 외려 자유를 억압하고 공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독자적 세상을 구축하려 했다.

 

우리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그들만의 자유 및 공정과 상식이 ‘계엄’이라면 일견 추구한 점에 오차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애초에 국민만 몰랐을 뿐이다.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호오(好惡: 좋고 싫음)부터 우선시하며 두려움이 없는 권력은 반드시 패망하게 된다. 두려움이 없으니 국민을 받드는 게 아니라 위에서 짓누르고 마음대로 행함에 있어 반대세력이 있으면 설득·소통하는 게 아니라 찍어서 누른다.

계엄 선포는 반민주 폭거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이 땅을 떠나야 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헌재 탄핵 결정문 인용). 혹시나 맘졸이며 숨죽이며 들었던 일반 국민 가슴에 새겨진 안도의 한 줄이다.

그렇다면 나라를 태우는 불길은 진화됐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불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완전히 진압해야 되살아나지 않는다. 현재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대에 오르고 있다.

주동자, 주요 임무 종사자들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내란 세력과 동조자들이 종속하는 한 환란은 종식되지 않는다. 분명 다시 스멀스멀 꿈틀거린다. 참초제근(斬草除根)해야 한다. 다시는 불행의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또한, 끼리끼리 그들만의 사익을 위해 ‘민심’을 외면하고 특정 ‘心’을 따르며 국민을 하찮게 보고 길항하는 것은 더이상 용납될 수 없다.

심취한 권력 놀이에 피폐해진 것은 우리네의 삶이다. 경제는 뒷걸음치고 있고, 국민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한민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46%다. 지난해 2분기 –0.228%, 3분기 0.1%, 4분기 0.066%에 이어 네 분기째 연속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927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수(2024년 11월 기준)는 무려 458만명에 달해 부실 위험이 심화되고 있다.

골목상권은 줄폐업 상태다. 문 닫는 가게가 늘고 있는데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61만5000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6000명이나 줄었다.

더 나빠질 수 없다. 생활고에 내몰려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것은 오롯이 서민이다. 서둘러 손잡아 주면서 다시 일으켜야 한다. 정치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사지로 끌려들어 갈 뻔한 국민들이 빠져나와 길을 잃고 헤매지 않게 다시 평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길을 안내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정치다.

국민을 가르고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 함께 사는 대한민국이다. 정치가 아닌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반정치’를 계속 받아줄 아량이 없다.

현재 지도자로서 필요한 덕목은 거창한 게 필요 없다. ‘측은지심’이다. 본인이 잘나서 얻은 권력인 양 감히 눈을 내리깔며 마지못해 “베풀어 줄게” 하듯 행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부자만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가난한 자들을 부자로 만들어줘야 한다. 힘없고 가난한 이들, 사회적 약자, 생계에 허덕이는 일반 서민들을 두루 살피는 정치를 해야 한다. 민생 현안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득권만 더 잘사는 세상은 끊어내야 한다.

기 접했듯이 오기와 독단에 가득 찬 ‘공감 능력’ 부족은 국민에게 재앙을 불러온다. 고통을 호소하는 민심에 바싹 귀 기울어야 한다. 국민에게는 한없이 겸손하고 튼튼한 안보는 기본이며 외교에 있어서는 실익을 판단해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더이상 국민에게 굴욕을 안겨서는 안 될 것이다.

각설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윤정권은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불꽃을 다시 일으키게 해줬다. 계엄을 막고 파멸될 뻔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이다. 그동안 감사해하고 소중한 줄 모르고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우리의 일상이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희망이 이번 대선을 통해 시나브로 이뤄질 수 있을지. 그 여부는 관전하며 지켜볼 일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내 나라를 위해 들었던 횃불은 민주주의 꽃인 투표로 승화된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 주인의 시간이 투표다.

어느 후보자를 선택하냐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투표는 새롭게 태어날 대한민국을 만들 국민 염원의 권리 행사이자 의무다. 대선의 승자는 ‘국민’이 돼야 한다. 빼앗긴 주권을 회복하는 첫 단추가 투표다. 민주주의의 꽃을 잘 피워내야 한다.

물론, 뽑아놨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허튼짓 안 하고 맡은바 직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끊임없는 감시와 잘할 때 독려하고, 못 할 때 과감히 질책해야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본인 스스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울러 한 사람의 국가지도자로 인해 나라가 휘청 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때다. 사람만 바뀌는 게 아니라 권력 남용 등 ‘대통령제’의 단점을 보완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촘촘하게 잘 짜여진 틀 안에서 누가 대통령이 돼도 별 탈 없이 제대로 굴러가는 국가 운영체제가 갖춰져야 한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최대한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 내게 주어진 한 표는 1장에 불과하지 않다. 그 한 표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한점을 찍는다. 이렇게 모인 한 점들은 우리가 꿈꾸는 그림을 그려나가기 위한 기본 토대가 되는 붓질이다. 그 그림이 졸작이 될지 명작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붓을 놓아서는 안 된다.

평온한 일상이 유지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각자 꿈꾸는 희망이 사그라지지 않게 보호하고 밀어주는 국가 시스템을 바로 세워줄 것을 미래 정부에 요구한다. 그들만이 행복한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돼야 한다.

겨울이 나면 봄이 온다. 생기가 비틀어진 마른 땅에 새싹이 돋아난다. 파괴 뒤엔 창조가 열린다. 현 대한민국이 그렇다. 희망의 불꽃 인장으로 새롭게 탄생할 미래 대한민국에 신중히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건강한 새순이 싹 트여야 한다. 나라의 희망은 불타올라야 한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