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5.06.04 13:05:35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이번 대선 선거운동 동안 공식 무대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물밑에서 모두 140개가 넘는 일정을 소화하는 등 ‘그림자 내조’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져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당내 경선을 뛰던 시기인 4월1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총 48일 동안 하루에 3~4개씩, 많을 땐 5개까지 총 140개가 넘는 비공개 및 공개 일정을 소화한 조용한 물밑 지원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여사를 수행한 한 관계자는 3일 CNB뉴스 기자와 만나 “김 여사께서 이전 대선에서는 활발한 공개 행보를 보였으나 이번 대선에는 전국 각지의 종교계 인사들을 주로 비공개로 만났지만 한번도 이 대통령과 동선이 겹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김 여사는 정치와 종교의 공통점은 국민 화합이라며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인사들은 다 만나서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종교계 어르신들의 말씀을 대신 듣고,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에 집중했다”면서 “따라서 김 여사 덕분에 현장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김 여사에게 종교계 어르신들이 ‘항상 아래로 마음을 쓰라’는 뜻인 ‘하심’(下心)을 강조했다”며 “늘 힘든 곳에, 그늘진 곳에 마음을 쓰라고 하셨고, 김 여사도 항상 그 뜻을 새겨듣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김 여사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수시로 이 대통령을 걱정했다”면서 “이 후보의 유세 영상을 보시면서, (이 후보가) 피곤해 보이면 영양제 잘 챙겨 먹는지, 휴식은 잘 취하고 있는지 걱정하시는 등 두 분이 애틋해 보이셨다”고 말했다.
한편 1966년 충북 충주에서 2남 1녀의 장녀로 태어난 김 여사는 서울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피아노과에 85학번으로 입학해 졸업한 후 오스트리아 유학을 준비하다가 1991년 소개팅으로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나 7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이 대통령은 만난 지 불과 네 번 만에 청혼하면서 반지 대신 어릴 적부터 썼던 일기장을 김 여사에게 건네주었다고 한다. 일기장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어머니 손에 이끌려 학교 대신 공장으로 향했던 이야기, 아침 일찍 시장 청소를 도우라고 깨우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 등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만난 지 1년도 채 안된 1991년 3월 결혼했다.
그러다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이 대통령이 2000년대 초반 성남 시립병원 설립 운동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하자 김 여사는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누구보다 남편을 지지하는 정치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했으며, 특히 성남시장 재임 당시 이 대통령이 지역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고, 시민들의 호응을 얻는 모습을 지켜보며 ‘남편 이재명’이 아닌 ‘정치인 이재명’으로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시민운동을 거쳐 성남시장에 도전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 아내의 길을 걷게 됐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인 지난 2016년 광화문에서 지방재정 개편에 반대하는 단식 농성을 할 때, “‘길바닥 천막에 누워 굶고 있는 남편을 도저히 두고 올 수 없을 것 같다’며 광화문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을 따라다닌 숱한 논란에서 김 여사도 비켜나지 못하고 지난 2021년 8월 이 대통령이 경기 지사 재임 당시 당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서울의 한 식당에서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들과 함께한 식사 모임에서 식사비를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탓에, 김 여사는 지난달 12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아 대법원판결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김 여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을 잘 내조해 따뜻한 영부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남겨 관심을 끌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