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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홍석원·신화경 교수팀, 차세대 전자소자 개발

3.6 ㎛ 초박막 유연 전극, 신경세포 전기신호 기억·운동·치료까지…파킨슨 치료 혁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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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혜영기자 |  2025.06.11 16:42:44

(윗줄 왼쪽부터)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홍석원 교수, 한의학전문대학원 신화경 교수, 인지메카트로닉스공학과 정정화·허경화 박사과정생, 컬러변조초감각인지기술 선도연구센터 채선영 박사, 반도체특성화대학 사업단 권영우 산학협력중점교수.(사진=부산대 제공)

부산대학교는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홍석원 교수와 한의학전문대학원 신화경 교수 연구팀이 두께 약 3.6 ㎛(마이크로미터, 1㎛=0.001㎜)의 초박막 유연 신경 프로브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신경 프로브(Neural Probe)’는 뇌와 같은 신경 조직에 삽입해 신경세포의 전기 신호를 기록하거나 자극을 전달하는 미세 전자소자로 신경과학 연구, 뇌질환 진단 및 치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개발 등에 핵심 도구로 활용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신경 프로브를 마우스의 뇌 깊은 부위(deep brain)에 삽입해 32채널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고해상도로 기록하는 데 성공함과 동시에, 심부 뇌 자극(DBS) 실험까지 수행함으로써 하나의 장비로 뇌 신호 측정과 치료 자극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차세대 유연 전자소자 기술과 신경공학이 융합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6월 5일자 표지 논문으로 소개되며 생체친화적인 신경 인터페이스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반도체 공정에 널리 사용되는 SU-8 포토레지스트를 기판(유연한 바닥층)과 패시베이션층(절연 보호막)으로 활용했다. SU-8은 빛에 반응해 굳는 에폭시 기반의 특수 플라스틱으로, 가볍고 얇으면서도 튼튼해 신경 프로브 제작에 투입됐다. 그 위에는 전기를 전달하는 금(Au) 전극과 전도성 고분자(PEDOT:PSS)를 샌드위치처럼 얇게 겹겹이 쌓아 올려, 전극과 보호막이 한데 어우러진 단층(polymer/metal/polymer) 초박막 구조를 완성했다.

이러한 구조는 두께를 3.6 마이크로미터로 대폭 줄이면서도 유연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생체 조직에 더 잘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불규칙한 기계적 움직임에도 프로브가 부드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키리가미(kirigami)’라는 미세 오려내기 기법을 적용해 접히거나 늘어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마우스 뇌의 미세 움직임(micromotion)이 빈번한 상황에서도 자극이나 기록 신호가 정확히 유지되도록 했다.

연구진은 신경 프로브가 체내에 삽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면역 반응을 줄이기 위해 프로브 표면에 라미닌(laminin)이라는 물질을 코팅했다. ‘라미닌’은 우리 몸의 세포외기질(ECM)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 중 하나로, 세포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시험관 실험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지질다당류(LPS) 물질로 자극한 뇌 면역세포들(마이크로글리아와 아스트로사이트)에 라미닌을 처리한 결과, 염증 반응의 지표인 단백질들(IBA-1, GFAP)의 수치가 약 25~30% 줄었고,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활성산소(ROS)도 현저히 감소했다. 이는 실제 동물실험에서도 라미닌 코팅이 신경 프로브 주변의 염증성 반응과 흉터 조직을 억제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뇌 전기신호를 기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개발한 신경 프로브를 마우스의 뇌에 삽입해, 뇌 표면부터 깊은 부위(시상하부)까지 약 195 마이크로미터 간격으로 총 32개의 미세 전극을 나란히 배치했다. 이 배열 덕분에 넓은 뇌 영역에서 동시에 신경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이 장치를 통해 연구팀은 뇌의 느린 전기 흐름(국소장 전위, LFP)과 개별 신경세포의 활동 즉, 스파이크 신호를 동시에 포착할 수 있었다. 신호의 해상도는 기존 대비 월등히 향상된 수준이었다.

뇌의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에 카바콜(Carbachol)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직접 주입한 뒤 실시간으로 반응을 관찰한 결과, 약물 주입 75초 뒤부터 신경세포의 활동이 급격히 증가했다가 4분 후에는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을 아주 세밀하게 추적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뇌의 반응을 정확히 기록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은 신경과학 연구는 물론, 뇌질환 진단이나 치료기기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연구진은 파킨슨병 모델 마우스를 대상으로 심부 뇌 자극(DBS)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뇌 속 깊은 곳을 전기 자극해 운동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을 모방한 것이다.

실험 결과, 자극 전후에 뇌에서 측정된 전기 신호 패턴(LFP)이 뚜렷하게 달라졌고, 마우스의 움직임 능력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이는 연구팀이 개발한 초박막 유연 신경 프로브가 기존의 딱딱한 실리콘 전극보다 뇌에 더 부드럽게 작용하며, 신경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자극을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이 기술은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뇌 질환 치료용 전극으로 실제 임상에 적용될 가능성을 크게 높인 셈이다.

최근 글로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 분야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뉴럴링크(Neuralink)가 약 6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해 초기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했다. 뉴럴링크는 인간에게 이식형 칩을 장착한 뒤 시각·언어 기능 회복과 사지 마비 환자의 디지털 기기 제어 실험을 속속 성공시키며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산대 연구팀이 개발한 초박막 키리가미 기반 프로브는 ‘면역 반응 억제’와 ‘초고해상도 신호 기록’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BCI 연구와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실험을 주도한 부산대 인지메카트로닉스공학과 정정화 박사과정 연구원은 “기존 실리콘 기반 전극은 뇌 조직과의 물리적 불일치 때문에 염증 반응이 발생해 장기간 기록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우리 연구진의 초박막 유연 프로브는 마우스 뇌에 삽입했을 때 염증 반응을 최소화하면서도 고해상도 신호를 안정적으로 얻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석원·신화경 교수는 “앞으로 광유전학(optogenetics)용 광섬유나 미세약물주입 채널, 무선 전력전송 모듈을 결합하면 실시간 광자극과 전기신호 기록을 동시에 수행하는 차세대 뇌 연구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 집단연구지원사업 기초연구실 지원을 받아, 인지메카트로닉스공학과 정정화, 허경화 박사과정생, 반도체특성화대학산업단 권영우 산학협력중점교수, 컬러변조초감각인지기술 선도연구센터 채선영 박사, 한의과학과 김민재 박사가 제1저자,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홍석원 교수, 한의과학과 신화경 교수가 교신저자로 수행했다. 연구진은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임상용 이식형 의료기기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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