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주조가 파격적인 포스터를 공개하며 지방 소멸의 심각성을 강렬하게 드러냈다. 기존 광고에서 빠지던 모델 대신, 수도권 일극화와 지방 인구 감소라는 사회 문제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이 메시지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지역 주류업계의 위기와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지방 경제는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인구 유출로 점점 활력을 잃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갈수록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의 경기 전망 조사에서는 매달 300여 곳의 중소기업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2023년 한국은행 보고서는 수도권 인구 증가의 78.5%가 청년 유입에 의한 것이고, 청년 유출의 80%가 비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지방 소멸과 함께 지역 향토 기업들의 생존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류 업계는 수도권 대기업의 독과점 구조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3년 기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흥 시장까지 포함하면 90%에 육박한다. 이에 비해 지역 소주 업체들은 자본과 유통망, 광고비 측면에서 큰 열세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 대기업의 연간 광고비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데 비해, 지역 소주사의 연매출보다 많거나 9배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부산 대선주조를 비롯해 제주 한라산, 경남 무학 좋은데이, 전남 보해양조, 대구 금복주, 대전 선양 등 오랜 역사를 지닌 향토 소주 기업들은 수도권 대기업의 공세 속에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원가 상승 부담에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인구 유출이 심각해져 소비 기반 자체가 줄어드는 현실이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부산의 순유출 인구는 3년 만에 최대치인 1만 3657명을 기록, 수도권 3개 시·도를 포함한 비수도권 중 가장 큰 폭의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지역 소주 업계 관계자는 “지역민들의 지속적인 사랑 덕분에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지방 소멸이 가속화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류 제조사는 단순한 생산자가 아닌 지역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인 만큼, 독과점 문제 해결과 실질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일극화가 심화되면서 지역 소멸은 경제 위기를 넘어 지역 공동체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특히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온 소주 산업의 몰락은 지역 정체성 상실과 직결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균형 발전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을 즉시 마련하고, 소비자 역시 지역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의식 있는 소비를 통해 지역 경제 회복에 힘을 보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