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강골 검사’ 출신 조은석-윤석열 재판정 출입 방법 놓고 기싸움
“지하로 입장하겠다” vs “전례 없다. 불가”…조사 시각 변경은 수용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내란 특검팀의 조은석 특별검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간의 신경전에서 일단 조은석 측이 승기를 잡았다.
검찰청사 지하 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두고 ‘출석 불응’이라는 초강수까지 두는 등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었으나 내란 특검팀의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에 윤 전 대통령이 “지하 주차장 출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내일 내란 특별검사팀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검찰 재직 시절 대표적인 ‘특수통’에 ‘강골검사’로 통했던 조 특검(사법연수원 19기)과 윤 전 대통령(23기)이 ‘기세’만큼은 밀리지 않는 특수부 검사로 유명했으며, 특검이 경찰 특수단으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은 지 불과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초강수를 두자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의 출석 요구에 응할 계획이었다’고 반발했고 법원은 이같은 입장을 고려해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이 특검에 자진 출석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정리되는 듯했으나, 조사 시각과 출입 방식 등을 놓고 양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대면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다시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특검팀은 26일 체포영장 기각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윤 전 대통령 측에 “28일 오전 9시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도 입장문을 통해 “(협의 없이) 소환날짜를 지정해 언론에부터 공지하는 것은 특검답지 못하고 너무 졸렬한 형태”라면서도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의 소환 요청에 당당히 응할 예정”이라고 앞서 공언한 대로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추가로 낸 입장문에서 “구체적인 조사 장소, 담당 검사가 누구인지조차 정식으로 통보받지 못한 상태”라며 “앞으로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과 같이 원칙적이지 않은 방식이 아닌 정식 서면으로 피의사실의 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리인단은 “출석 시간만 오전 10시로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특검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28일 토요일 10시경 특검에 출석해 조사에 응할 것”이라며 “공개 망신식 소환은 수사가 아닌 정치”라고 공개적으로 지하 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소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내란 특검팀으로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요구 사실이 이미 다 공개돼 있어 실익이 없는 데다, 여러 피의자 중 한 명에 불과한 윤 전 대통령을 요구대로 전례가 없는 지하 주차장 출입을 허용할 경우,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면서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비공개 조건을 내걸어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내란 특검팀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가운데) 어느 누구도 지하 주차장을 통해서 들어온 적은 없다”며 수용 불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도 “조사 시각을 1시간 늦춰달라”는 요구는 수용했다.
그리고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지하 주차장 출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검의 출석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출석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 재청구 등 형사소송법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27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출입 방식과 관련해서 협의가 안 되더라도 내일 출석하는 변함이 없다”며 “내일 가서 현장에서 또 한 번 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방에 대해 서초동 법조계에서는 조 특검의 발빠르고 정교하게 옭아매면서 끈질긴 수사 방식에 윤 전 대통령의 강력한 충격파를 던지며 밀어붙이는 방식의 스타일이 이번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약 150일에 걸친 특검 수사 과정에서 기선을 제압하고자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특검으로서는 사건의 ‘몸통’격이자 실질적인 ‘내란 우두머리’인 윤 전 대통령의 대면 조사를 성사시켜야 향후 수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윤 전 대통령이 출석 요구에 끝내 불응하면 체포영장 카드를 꺼낼 수 있는 만큼 강경 입장을 고수해도 밑질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에 윤 전 대통령은 초반부터 특검과의 수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벼랑 끝까지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일단은 버티기로 특검이 제시하는 방향 그대로 순순히 따르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각종 절차적 문제를 들고나오면서 문제 삼는 점을 고려할 때 앞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보인 것처럼 결국 출석 요구에 불응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최대한 수사를 지연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과 함께 혹여 체포나 구속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지더라도 자신이 제기했던 주장들을 근거로 적부심사 등 불복 방법을 내밀 수 있을 것이라는 노림수도 관측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