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내란특검팀(조은석 특검)에 의해 재구속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씨가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소환 통보를 받은 날 돌연 “말도 안 되는 정치적 탄압은 저 하나로 족하다”, “비상계엄이 올바른 판단이었는지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는 옥중메시지를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밤 이 같은 입장문을 기자들에도 보내고, 자신의 SNS에도 올린 글을 통해 “제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말도 안 되는 정치적 탄압은 저 하나로 족하다”고 적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상급자의 정당한 명령에 따랐던 많은 군인들과 공직자들이 특검과 법정에 불려 나와 고초를 겪고 있다”며 “저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넘어서, 죄 없는 사람들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 한평생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명예를 더럽히고 그들의 삶을 훼손하는 부당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윤 전 대통령은 “앞으로의 형사 법정에서 비상계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통령이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내란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입증하고, 실무장도 하지 않은 최소한의 병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내란혐의의 부당함을 증명하겠다. 저의 판단이 옳았는지, 비상계엄이 올바른 결단이었는지는 결국 역사가 심판할 몫이라 믿는다”면서 “끝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선동성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은석 내란특검팀의 박지영 특검보는 22일 브리핑에서 “논박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하면서 “정치 수사라는 용어 자체를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은 물론, 이런 부분 논박 가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 7개월 동안 법정에서는 물론, 특검 수사까지 거부하다 이제야 이런 주장을 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원내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내란에 동조한 부하들을 옹호하는 척하며 자신이 피해자인 양 또다시 궤변을 늘어놓았다”라며 “헌재의 파면 결정과 수차례의 법원의 판단에도 여전히 사실을 왜곡하며 뻔뻔한 거짓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부대표는 “그렇게 떳떳하다면 특검 수사에 당당히 응해야 한다”며 “윤석열의 궤변은 외환죄를 비롯해 채 해병 사건 외압의 실체가 점차 드러남에 따른 불안감의 발로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당시 윤 전 대통령을 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나 겸손함도 전혀 없었고, 자신의 부하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도 모르는 양심없는 무식쟁이이자 찌질한 비겁쟁이에 불과해 보였다”면서 “이제와서 정치탄압의 희생양인 듯, 부하들을 감싸는 대인배인 양 허풍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옥중 입장문이 부인 김씨의 소환조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앞서 민중기 검건희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을 오는 29일 출석하도록 소환 통보한 데 이어 부인 김씨에게도 오는 8월6일 출석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보수 성향의 정치 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센터 소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의 입장문에) 빠져있는 이름이 (이 메시지의) 진심인데 그 단어가 ‘김건희’로 이 편지에는 빠져 있다”라며 “‘말도 안 되는 정치적 탄압 저 하나로 족하다’면서 뒤쪽에는 부하들 얘기를 했지만 결국에는 ‘김건희 건들지 마’(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어 장 소장은 “윤 전 대통령을 우리가 심각하게 분석할 필요는 없다. 단순하다. 어떠한 행동을 하고 판단을 하고 결정했을 때 그냥 ‘김건희’라는 단어를 넣어서 해석해보면 의문이 다 풀린다”라며 “그래서 이 편지도 저는 ‘김건희는 건들지 마’라고 읽혀진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친한계(친한동훈계)인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도 이날 다른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부인 김씨 소환 통보를 의식해 입장문을 낸 것 같으냐’라는 사회자 질문에 “여태까지 수사도 회피하다 왜 갑자기 ‘나 하나로 족하다’라는 얘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김씨 소환 통보를 의식하는) 그런 것도 있을 것”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 특검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해석하는 순간 다시 옛날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도 이날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의 ‘나 하나로 족하다’라는 대목을 두고 “사실상 ‘김건희는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읽히며 특히 쌍따옴표(큰따옴표)까지 쳐서 강조했는데, 이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신호처럼 보인다. 김씨를 향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