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신호에 민감하면서도 피부처럼 잘 늘어날 뿐만 아니라, 바닷물에 담그면 스스로 전기도 만드는 차세대 ‘만능 하이드로겔’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국립부경대학교는 김용현 교수(디스플레이반도체공학전공) 연구팀이 자연 유래 물질인 잔탄검(Xanthan Gum)과 생체친화적 고분자인 폴리비닐알코올(PVA)을 결합해 기계적 강도와 전기 전도성을 동시에 극대화한 고성능 하이드로겔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독자적인 ‘이중 가교 및 이온 처리’ 공정을 통해 기존 하이드로겔 연구의 난제였던 기계적 강도와 이온 전도도의 ‘상충 관계(trade-off)’를 해결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동시에 적용하는 ‘이중 가교’로 하이드로겔의 뼈대를 튼튼하게 만들고, 이후 ‘이온 처리’ 공정을 통해 전도성을 높이는 동시에 구조를 더욱 안정화했다.
그 결과, 개발된 하이드로겔은 기존보다 20배 이상 튼튼하고, 원래 길이보다 4배 이상 늘어나는(연신율 410.2%) 뛰어난 기계적 특성을 보이면서도, 매우 높은 이온 전도도(5.23 S/m)를 달성했다. 반복적인 움직임에도 전기 신호의 왜곡(히스테리시스)이 거의 없어 센서로서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하이드로겔을 피부에 부착해 인체의 다양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웨어러블 센서로 활용했다. 센서는 손가락, 무릎 등 관절의 큰 움직임은 물론, 맥박, 호흡, 삼킴 등 미세한 생체 신호까지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84.9%의 높은 정확도로 다양한 동작을 구분해 내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여기에 더해 이 하이드로겔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기’로도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이드로겔 내부와 바닷물 간의 염분 농도 차이를 이용해 이온이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삼투압 발전(osmotic power)’ 원리다. 실제로 여러 개의 하이드로겔을 직렬로 연결해 LED 램프를 켜는 데 성공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High-performance PVA/xanthan gum hydrogel via dual cross-linking with ionic treatment for wearable sensing and hydrovoltaic energy generation’은 화학공학 분야의 세계적 국제학술지인 'Chemical Engineering Journal'(IF=13.2)에 게재되며 학술 가치를 인정받았다.
연구를 이끈 김용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하이드로겔은 뛰어난 기계적 특성과 높은 전도성을 동시에 구현해 기존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라며 “정밀한 생체 신호 감지가 가능한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해양 에너지를 활용하는 친환경 발전 소자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