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벨트’ 재건축·재개발 본격 시동
몸 사리던 대형 건설사들 출격 채비
곳곳에 ‘노른자위’…치열한 눈치작전
부동산 시장에서 ‘대어(大魚)’로 불리는 서울 강남권과 여의도, 성수 등 한강변 지역들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조만간 본격화 된다. 이에 건설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그간 몸을 사려온 대형건설사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CNB뉴스가 치열한 눈치싸움의 현장을 들여다봤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7~9월에는 서울 강남구 도곡·일원동과 송파구 가락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등 ‘한강벨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시공사 입찰과 선정 절차가 진행된다. 이미 각 사업장별로 2~3곳의 대형 건설사가 사업성을 저울질 중이다.
# 한강벨트1 “역시 강남”
우선 강남권의 대규모 정비사업장들이 잇따라 속도를 내고 있다. 강남구 일원동 일대에 1122가구 규모로 들어설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23일 열린다. 총 공사비 6778억원(3.3㎡당 880만원)에 달하는 이 사업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우건설이 양자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건설사는 최근 층간소음 문제해결을 위한 기술을 제시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달 29일 개포우성7차 전 가구에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자체 개발한 고성능 완충재와 몰탈로 경량·중량 충격음을 모두 1등급(37db 이하) 수준으로 차단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250mm 슬래브, 70mm 완충재, 50mm 몰탈을 도입한 바닥구조로 소음 저감과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질세라 대우건설은 지난 4일 ‘스마트 사일런트 바닥구조’를 개포우성7차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스마트 사일런트 바닥구조는 격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 모두 1등급 성능인 기술로 알려져 있다. 흡음재·탄성체·차음시트로 구성된 다층 복합구조를 통해 210mm 슬래브에서도 층고 증가 없이 최상위 등급의 성능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대우건설은 개포우성7차에 1등급 기준을 받은 320mm 바닥구조보다 30mm 더 두꺼운 350mm를 제안했다.
이 외에도 양사는 △사업비 최저금리 조달 △분담금 상환 4년 유예 △1조원 규모 사업 촉진비 보장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인근의 개포우성4차도 지난달 17일 재건축 입찰 공고를 냈으며, 108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CNB뉴스가 지난 1일 개포우성4차 현장에 가보니 단지 입구에서 포스코이앤씨 관계자가 입주민들에게 얼음생수를 나눠주고 있었다. 지하철 3호선 매봉역에 인접한 이곳 단지는 대치중학교를 비롯해 숙명여고·개포고·중대부고 등 학군이 우수해 강남권 내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3.3㎡당 공사비 920만원 수준으로 총 공사비는 6498억원에 달한다. 단지는 올해 입주 41년차로 기존 8개 동, 459가구에서 최고 49층, 1080가구 규모(공공주택 128가구 포함)로 재탄생하게 된다.
앞서 조합이 지난달 25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를 열었을 때, 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제일건설 등 4개사가 참여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롯데건설은 ‘르엘’,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 제일건설은 ‘풍경채’를 내세웠다. 이 가운데 롯데건설은 입찰의향서를 제출하며 수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합은 오는 9월 9일 입찰 마감 이후 경쟁입찰이 성사되면 11월 경 조합원 총회를 통해 최종 시공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건설업계는 개포우성4차가 도곡동 중심부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향후 인근 사업지 추가 수주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강남권에서는 송파구 송파한양2차도 주목된다. 1346가구 규모로 탈바꿈하는 이 단지는 지난달 11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는데, GS건설과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 한강벨트2 “기지개 펴는 여의도”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도 잇따라 시공사를 찾았거나 찾는 중이다. 여의도 한양(현대건설)과 공작(대우건설)에 이어 대교아파트가 지난달 10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고급화를 추구해 공사비가 3.3㎡당 1120만원으로 제시됐는데 강남구 압구정2구역(3.3㎡당 1150만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대교아파트는 1975년 준공한 12층 576가구 규모로, 재건축 후에는 지하 5층~지상 49층 4개 동, 총 912가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지난달 중순 열린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에는 삼성물산, 롯데건설을 비롯해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금호건설 등 7개 건설사가 참석했으며,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교아파트 수주에 성공한 건설사는 향후 시범아파트 등 여의도 내 다른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여의도에 첫 ‘래미안’ 브랜드 진출을 목표로 참여 의지를 보였고,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적용한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 한강벨트3 “요즘 핫한 곳, 성수”
한강벨트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사업장은 ‘성수전략정비구역’이다.
성수동이 ‘신흥부촌’으로 떠오른 덕에 대형 건설사들이 상징성 확보를 위한 수주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3014가구가 예정된 성수 1지구가 이달 시공사 선정에 돌입하면, 공사비 2조원에 달하는 사업 수주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250m 높이의 초고층랜드마크 건물도 건립할 수 있어 현대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GS건설은 성수 1지구를 초고층 랜드마크 스카이라인으로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놓는 등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행보로 빠르게 추격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 대상 현장 투어 마케팅을 진행하며 시공 품질을 부각시켰다.
한편, 대내외 경제 상황이 불안정하고 공사비도 천정부지로 오르자 건설사들은 사업 수주에 전보다 조심스러워졌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과 조합원 금융지원, 이주비 지급 등이 감당못할 수준에까지 이르렀기 때문. 실제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10대 건설사가 올해 상반기 서울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주한 22건 중 2건만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사가 선정됐다.
다만 위 열거된 정비사업장들은 사업성을 확보하고 브랜드 이미지까지 강화할 수 있는 곳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 경쟁입찰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CNB뉴스에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무리해서 수주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사업성을 꼼꼼하게 계산하고 타사와 경쟁도 서슴지 않는 사업장들이 슬슬 더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뉴스=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