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고역적” vs “계엄에 누가 다쳤나”
90분 내내 “기승전 전한길”…‘尹’ 블랙홀
극언·비방 난무, 정책·비전 경쟁은 '실종'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11일 오전 “‘윤어게인’ 주창하는 세력들 빨리 당 떠나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12·3 비상계엄 관련 국회 계엄 해제 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에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하면서 내란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 에 내란동조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 ‘윤어게인’을 아직도 주창하는 그런 세력이 내란동조 세력”이라며 “이 세력들이 빨리 당을 떠나길 바란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제가 당 대표가 되어서 이들을 몰아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의원은 “저는 헌법기관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여기에 대한 진실을 제가 알고 있는 범위, 그리고 경험한 부분을 소상히 말씀드리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열렸던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첫 TV 방송토론회에서도 이른바 ‘찬탄파’(탄핵 찬성) 안철수·조경태 후보와 ‘반탄파’(탄핵 반대) 김문수·장동혁 후보 간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극우 논란 등을 두고 격돌했다.
먼저 안 후보는 장 후보를 상대로 “장 후보는 ‘윤 어게인’인가?”라고 질문을 던지자 장 후보는 “윤 어게인의 다른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고히 지키고 반국가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 대표가 되면 함께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이어 안 후보는 “(장 후보는) ‘윤 어게인’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친길’(친 전한길) 후보로 불리느냐”고 거듭 질문을 던지자, 장 후보는 “언론이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반에는 장 후보가 역으로 안 후보를 향해 “저에 대해 극우라 하는데 몇가지 사례나 행동을 구체적으로 말하라. 당을 나가라는 이유가 뭔가”라고 따지자, 안 후보는 “당을 나가라고 한 기억은 없다. 오히려 장 후보가 전한길씨와 함께한다는 점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조 후보는 김 후보에게 “극우는 거짓 선동과 폭력”이라고 공격하자, 김 후보는 “우리 국민의힘에는 극우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같은 사람이 극좌다. (미국) 대사관 가서 쇠 파이프로 현관문 부수는 사람이 극좌 테러리스트지 부정선거 음모론자가 무슨 불을 질렀나? 폭력을 행사했느냐?”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조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은 만고의 역적 아닌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사람”이라고 공격하자,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처럼) 북핵을 개발하게 했나. 나름대로 나라를 지키려고 방어했고, 계엄 잘못한 것밖에 없다. 총부리를 국민에게 누가 겨눴나. (계엄으로) 누가 다친 사람 있느냐”고 주장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김 후보에게 “계엄에 죄가 없다는 것이냐. 미수에 그치더라도 범죄는 처벌받는다”고 말하자 김 후보는 “죄라기보다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고, 계엄은 비상대권으로 헌법에 보장돼 있다”고 해명하는 등 12·3 비상계엄과 탄핵을 두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이 같은 ‘찬탄파’에 대한 ‘반탄파’의 반격도 이어져 장 후보는 “안 후보는 채해병 특검부터 우리 당을 공격해 들어오는 특검에 찬성해왔다. 이번 3개 특검을 찬성하면 정치 특검이 변질해 무리하게 칼날을 휘두르고 수사할 걸 모르고 찬성했느냐?”고 몰아세웠다.
이에 안 후보는 “이 특검을 빨리 털어내야 내년 지방선거를 잘 치를 수 있다는 마음이었다”며 “범죄 혐의가 있는 수사에서는 협조하되 정치 탄압에 대한 부분은 결사 반대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김 후보는 조 후보를 향해 “윤 전 대통령 불법 체포 때 한남동 관저에 간 의원 45명을 출당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당이 유지가 되겠느냐”고 따지자 조 후보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적 쇄신을 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맞받아쳤다.
뿐만 아니라 ‘O·X’ 팻말로 의견을 밝히는 코너에서는 연일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가 있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에 대해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라는 질문에 김·장 후보는 나란히 ‘O’, 안·조 후보는 ‘X’ 팻말을 들어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김 후보는 “극좌 테러리스트와는 대화가 잘 안 된다. 정 대표 판결문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이런 분은 신속하게 교체돼야 한다”고 비난했으며, 안 후보는 “정 대표가 독재적 발상을 했지만, 대화를 하는 게 원칙이다. 저는 당 대표를 네번이나 했지만 정 대표는 초보 대표다.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앞서 ‘특검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과정이 인권침해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김·장 후보는 “그렇다”고, 안·조 후보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조 후보는 “동네 양아치 건달보다 못한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이 참 허탈해했을 것”이라며 비판하자, 장 후보는 “진보 진영 변호사마저 (집행 과정을) 비판했다. 이렇게 무리하게 수사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90분가량 진행된 이날 국민의힘 TV토론회는 윤 전 대통령과 극우 성향 유튜버 전씨 논쟁에 매몰된 탓에 경제난이나 민생고 해법 등 국민 경제나 국정 현안에 대한 정책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역적, 테러리스트 등 극언이 오가며 당의 깊은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더구나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첫 TV토론회는 수렁에 빠진 당을 구할 묘안 대신 ‘탄핵·계엄·극우’ 세 가지 주제로만 격돌했으며, 특히 역적, 테러리스트 등 극언이 오가며 당의 깊은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