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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열전] 다시 서는 ‘유통’ 롯데…글로벌 영토 넓히는 신동빈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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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5.08.26 09:28:42

신동빈 회장 “시도조차 안하는 건 실패와 같아”
장남 신유열, K-버거 앞세워 해외시장 종횡무진
생산라인 확대·점포 리뉴얼 등 과감한 투자 혁신
“유통 본업 강화” 60년 1위 역사 자존심 지킬 것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에서 열린 ‘2025 하반기 VCM’에서 그룹 경영 전략과 CEO 역할에 대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롯데그룹이 ‘유통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선언하며 위기돌파에 나서 주목된다. 고환율과 소비 위축 등 국내외적으로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 속에서 식품·유통군 확대, 인공지능(AI) 기술 강화, 글로벌 영토 확장 등 미래 기반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물론,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가 롯데의 신성장 루트를 따라가 봤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끊임없이 변하는 경영 환경은 우리에게 리스크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실패와 같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강조한 말이다. ‘롯데 VCM’은 1년에 두 차례(상·하반기) 전(全) 계열사 경영진이 모여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VCM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반영해 사상 첫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 경영에 있어서 치명적인 잘못은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문제를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CEO는 5~10년 뒤의 경영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현재와 3년 뒤에 해야 할 일을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특히 유통 본업 강화,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을 언급하며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브랜드는 우리 사업 경쟁력의 근간이자 오랜 기간 축적해온 중요한 가치”라며 식품군은 핵심 제품의 브랜드 강화를, 유통군은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 회장의 이런 발언은 한마디로 ‘본업 안의 혁신’을 뜻한다. 롯데그룹은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탄생했다. 더 멀리 보면 2차대전 직후인 1940년대 후반 고(故) 신격호(신동빈의 부친) 창업주가 일본에 세운 껌 생산공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롯데그룹은 1970년대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을 세워 국내 식품산업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이후 롯데호텔과 롯데쇼핑, 롯데면세점을 설립하며 국내 유통·관광 산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화학(롯데케미칼)·건설(롯데건설) 등 국가 기간산업에도 진출하며 오늘날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신 회장이 말한 ‘본업 안의 혁신’에는 롯데의 토대인 식품·유통 분야에서 절대적인 1위를 지킴은 물론, 글로벌 사업 확장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이루자는 의지가 담겨있다.
 


신유열, 辛 특명 ‘롯데 세계화’ 광폭행보



변화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신 부사장은 그룹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핵심 직책인 미래성장실장을 맡아 해외사업을 총괄하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지난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5 바이오 USA’에서 셀트리온 부스를 방문,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 부사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 참석해 새해 첫 현장 경영에 나선 뒤, 연이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현장을 챙겼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방한에 맞춰 동남아시아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하기도 했다. 당시 신 부사장은 서울 강남 조선 팰리스에서 열린 트럼프 주니어와의 릴레이 면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인 바이오USA 2025를 참관했다. 바이오 사업은 롯데그룹 신성장동력 중 하나다. 신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전시 부스를 꼼꼼히 살피고 해외 기업 인사들과 잇달아 미팅을 가졌다.

지난 5일에는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GRS와 말레이시아 세라이 그룹 간의 파트너십 계약 체결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라이는 식음료(F&B)·리조트 사업 등을 영위하는 말레이시아 대형 유통기업 중 하나다. 롯데GRS는 세라이와의 이번 계약을 통해 베트남·미얀마·라오스·몽골에 이어 말레이시아 현지에 교두보를 확보했으며, 올해 말 1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신 부사장의 이번 체결식 등장이 지난달 VCM에서 신 회장이 ‘본원적 경쟁력 회복’을 강조한 직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뿌리기업 롯데쇼핑, 반등세 ‘뚜렷’



신 회장이 강조한 ‘본업’의 핵심기업인 롯데쇼핑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5년 만에 롯데쇼핑 등기이사로 복귀했으며, 이후 직접 경영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롯데쇼핑이 해외사업과 이커머스, 하이마트의 개선 흐름에 힘입어 두자릿수 성장을 달성한 것.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어난 1889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부문은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증가로 상반기 29.9% 성장했고, 해외사업은 베트남·인도네시아 시장 호조로 40.6% 늘었다. 이커머스는 영업손실을 절반 이하로 줄였으며, 하이마트는 2분기 연속 매출·영업이익 동반 상승에 성공했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 복귀 당시 “유통은 그룹의 한 축이자 미래 성장의 핵심”이라며 “책임 있는 경영 참여와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는데 이 말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사진=롯데쇼핑)

롯데그룹 식품기업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선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식품군 핵심 축인 롯데칠성음료는 글로벌 부문 성장세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는데, 시장 예측치를 웃돌아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수 부진과 원재료비 부담, 고환율 등 대내외 환경 악화로 음료와 주류 대부분이 감소세였지만 수출 실적이 전체 실적 호조를 견인했다. 다만 롯데웰푸드는 일회성 투자와 원재료 비용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46% 감소했다.

 


고환율·원가상승에도 해외개척 ‘속도’



이 같은 롯데그룹의 ‘본업 강화’는 어디까지 계속될까.

우선, 그룹의 맏형 격인 롯데쇼핑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폭넓게 펼치고 있다. 단순히 몸집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대규모 투자를 동반한 사업재편이다.

핵심인 백화점 부문에서는 효율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거나 리뉴얼 하고, 일부는 아예 매각해 수익성을 높이는 리포지셔닝을 단행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창원점과 상권이 겹치는 마산점을 폐점한 반면 매출 1위인 잠실점은 2027년 완공 목표로 대대적으로 리뉴얼 하고 있다. 명동에 있는 본관·애비뉴엘·영플라자를 묶어 2027년까지 ‘롯데타운 명동’을 구축할 예정이며, 기존 백화점 점포 일부를 복합쇼핑몰인 ‘타임빌라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CNB뉴스에 “점포 정리 등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체질을 개선하고 외형을 효율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웰푸드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메가 브랜드 육성 전략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연간 500억~1000억원 매출을 내는 메가 브랜드 제품군 외에도 300억원 안팎의 꾸준한 실적을 유지하는 제품군을 메가 브랜드로 키울 예정이다. 또한 해외 주력 시장인 인도, 카자흐스탄, 러시아에서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해 제품군을 넓혀갈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해외 신흥 시장에서 생산력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한편 건강 요소를 반영한 ‘넥스트 음료’를 준비 중이다. 주류 부문에서는 소주‧맥주 내실화를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다.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왼쪽 세번째)은 일명 ‘리아버거 프로젝트’로 글로벌 외식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GRS와 말레이시아 세라이 그룹 간의 파트너십 계약 체결식. (사진=롯데GRS)

롯데리아를 앞세운 롯데GRS는 신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일명 ‘리아버거 프로젝트’로 글로벌 외식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달 중 미국 내 1호점 오픈, 싱가포르 진출, 말레이시아 세라이 그룹과 협력 등 K-버거 영토를 꾸준히 개척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한화그룹이 제안한 미국 유명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 협력을 자금 사정 등을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여기에는 신 부사장의 리아버거에 대한 자신감이 배경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외부 브랜드 인수에 자금과 경영 자원을 투입하기보다는, 그룹 내 자체 역량으로 차별화된 한국형 버거 개발에 집중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재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신동빈 회장이 최근 선포한 ‘본원적 경쟁력 회복’은 어려운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도 기필코 ‘유통 롯데’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과거에는 사업재편이 주로 몸집을 줄여 효율화하는 방어적인 모습이었다면, 최근에는 인적 쇄신, 해외 생산라인 확대, 점포 리뉴얼 등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도전적인 양상으로 비춰진다”고 분석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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