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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고 성과는 트럼프의 “李와 함께 김정은 만날 것” … 北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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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기자 |  2025.08.26 12:42:32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밴스 부통령.(사진=연합뉴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최고 성과를 필자는 트럼프의 “이재명과 함께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로 꼽고 싶다. ‘함께’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라”고 제안했고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당신이 처음이다. 좋다. 우리는 분명 북한과 관련해 큰 진전을 함께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 대답했다.

그런데, 다른 지도자들은 왜 “김정은과 만나라”는 제안을 트럼프에게 하지 않았을까? 지난 8월 1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8월 15일)을 앞두고 김정은과의 통화를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 소식을 이례적으로 전했다.

 

푸틴과 김정은의 통화를 보도한 채널A의 화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나는 김정은과 통화하는 사람”이라고 푸틴이 전세계에 과시했지만, 그렇다고 푸틴이 김정은에게 “트럼프 만나라”고 제안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현재 북한을 ‘미국 압박용 카드’로 잘 쓰고 있는데 북-미가 직거래를 트면 러시아에게 손해만 될 뿐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다. “나랑 대화해”라고 북한에 손짓할 뿐, 김정은에게 “트럼프와 대화해”라고 권할 리가 없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이런 제안을 했으니, 평소 북한과의 대화를 열망해 온 트럼프로서는 기분좋아질 만도 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자칫 한국에 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미국과 통하되 남한은 제낀다)’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북-미가 직거래하면서 한국을 제쳐버리면 한국에 큰 리스크가 된다. 그런 꼴을 과거 김영삼 정부가 겪었다.

정세현의 ‘미-일이 먼저 나서게 하라’는 구상 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7월말 조금 위험해 보이는 제안을 내놓았다. 바로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먼저 대화하도록 한국이 제안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7월 24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 등에서)

 

정세현 전 장관 인터뷰를 게재한 7월 24일자 아시아경제 인터넷 지면.

 

그는 “비핵화 역시 먼 훗날의 목표로 두고, 핵 동결-군축을 위한 회담부터 여는 것이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빨리 열어야 한다. 북한의 대미-대일 관계를 적극적으로 권장해 외곽을 먼저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트럼프 1기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국이 드라이버 역할을 할 테니 미국과 북한은 동승하라”고 했던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과는 전혀 다른 그림, 즉 한국이 운전자가 아닌 촉진자가 되면서 “미국과 북한 먼저 타세요”라 제안하는 방안을 정 전 장관은 제안했고, 이 대통령이 그걸 실행한 셈이다.

10월말의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날 희망을 공개적으로 말한 것에 대해 김정은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2018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워 북미대화를 이끌었지만, 결국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2018년 5월 26일의 KBS TV의 보도 화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 북한은 심하게 실망한 바 있기에, 이번의 ‘이재명과 함께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는’ 구상에 대해 북한은 ‘이재명과 함께’ 부분을 아주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국이 만나자고 애원해도 북한이 대화를 거부 중인데, 그 자리에 왜 한국이 끼어드나?’고 불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북미 대화 먼저’를 제안하면서, 이런 얘기도 했다. “바로 (정부 간) 대화 통로를 트려고 하지 말고, 과거 김대중 정부가 했던 것처럼 민간 교류를 앞세워야 한다”고.

 

한국 정부가 대북 대화를 트려고 하면 당장 한국의 이른바 보수 언론들이 난리를 친다. “빨갱이가 나타났다”고 소리치는 소동이다.

‘빨갱이 소동’ 차단할 트럼프와 이시바

웃기는 건,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국군은 북한-중국(중공)-우크라이나과 싸웠는데, 중국-우크라이나와의 대화-교섭에는 이른바 보수 언론들이 찬성하다가도 북한과의 대화-교섭이라면 난리를 쳐왔다는 점이다. 그러다가도 또 미-일과 북한과 만난다고 하면 “한국만 소외되면 안 된다”며 또 난리다. 그래서 미국이 적극 나서는 이번 기회가 아주 좋을 수 있을 것 같다.


트럼프가 움직이면 일본 이시바 총리도 열심히 움직일 것이다. 내 힘으로 안 되면 외세를 빌리는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력을 키워야 함을 절감한다”고 얘기한 근거다. 외세를 통해서라도 한반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면 그만큼 민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북한과의 거리를 줄일 ‘외곽 먼저 치기’ 전략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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