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5.09.12 11:55:29
여야가 모처럼 머리를 맞대 도출한 ‘3대 특검법’(김건희·내란·순직해병) 개정안에 대한 수정 합의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파기되면서 국민의힘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정국이 다시 얼어붙으며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본회의에 올린 최종 수정을 가한 특검법 개정안은 ‘김건희·내란·순직해병특검법 개정안’ 등 3건으로 ‘김건희특검법’과 ‘순직해병특검법’ 개정안은 재석 168명 중 전원 찬성으로 각각 가결됐으며, ‘내란특검법’ 개정안은 재석 165명 중 찬성 163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됐다.
특히 3개 특검법 개정안은 각각 수사 기간을 기존 특검법보다 재량으로 30일씩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법에는 특검 재량으로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한 뒤 대통령 재가를 받아 30일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돼 있으나 수정안은 특검 재량 연장이 ‘30일씩 2회’ 연장하는 등 수사 기간과 인력을 모두 늘렸다.
이는 앞서 여야 합의를 뒤집은 것으로 당초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국민의힘 측 요구를 받아들여 기존 특검법에 따라 수사 기간을 정하기로 했었지만, 이 합의 내용이 알려진 후 친여권 지지층의 반발이 빗발치자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개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과의 합의안 대신 원래 수정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군검찰에 대한 지휘권과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인계된 사건에 대한 특검의 지휘권이 배제됐으며,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재판 중계도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반영해 ‘조건부로 허용’하는 것으로 했고 이밖에 수정안에는 수사 대상 가운데 자수하거나 타인을 고발할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인력 증원을 골자로 한 특검법 개정안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가결 처리하자,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날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밀어붙였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채 회의장 밖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장외투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처럼 여야가 극한 맞대결에 들어가면서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았던 문신사법 등 비쟁점 민생 법안 38건에 대한 처리 시점은 뒤로 밀렸으며, 특히 이재명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법과 맞물린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처리도 수개월 미뤄질 전망이다.
당초 민주당은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의 요구를 수용해 3대 특검 수사 기간을 추가 연장하지 않고 수사 인력 증원도 최소화하는 내용의 수정안에 합의했으며, 반대급부로 국민의힘은 금융감독위 설치법 처리가 국민의힘 소속인 정무위 소관이라 정무위 통과에 협조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해당 법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절차를 거쳐 금융감독위 설치법을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이 경우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도 정무위 심사 기간 6개월을 보내야 법사위·본회의 회부 절차를 밟을 수 있어 내년 3월 이후에나 처리가 가능했다.
따라서 특검 수사 연장을 바라지 않는 국민의힘과 금감위 설립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기를 바라는 민주당이 협치의 모양새를 취하며 합의에 도달했지만, 강경파 민주당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의 반대 속에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 합의를 주도한 김병기 원내대표를 향해 정청래 대표가 ‘재협상 지시’를 내렸고, 김 원내대표는 “정청래 대표가 공개사과하라”고 직격하는 등 ‘투톱 갈등’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의총을 통해 국민의힘 요구 사항의 일부만 수용한 특검법 재수정안을 내놨고, 본회의에서 통과됐으며, 김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3대 특검법 개정안(수정안) 통과는 의총에서 민주당 의원 전체의 요청으로 뜻을 모아 마련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특검법 개정안 처리에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국민의힘이 표결 불참 반발 속에 가결됐다.
정 대표는 본회의 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바람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늘 처음처럼 오직 민심과 당심만 믿고 간다”면서 “민심을 이길 자는 없다. 민심의 바다를 믿는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내란 청산은 멈출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가 하루 만에 없었던 일로 변하자 이날 합의 파기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에 들어가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협치를 말해서 김병기 원내대표가 드디어 협치를 실천하나보다 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였다”고 비판하면서 “약속을 파기하는 건 대국민 사기로 향후 국회 일정과 관련해 벌어지는 모든 파행에 대해선 전적으로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장외투쟁 카드까지 거론하며 대여 공세 고삐를 바짝 죄는 등 작년 12·3 계엄 사태에 이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재명 정부 출범에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극한 대치를 거듭해 온 여야가 모처럼 맞잡은 손을 놓으면서 정국은 다시 얼어붙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