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뉴스=신규성 기자) 전통 정자 문화의 중심지 경북 봉화군이 예술과 자연, 문화유산을 아우르는 새로운 창작 프로젝트에 나섰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이 기획한 ‘누정愛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그 주인공이다. 전통 건축물인 정자를 모티브로 현대 예술과 지역 문화를 융합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봉화를 무대로 한 새로운 문화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 봉화, 누정문화의 심장부
누정(樓亭)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사색과 풍류를 즐기던 건축물로, 단순한 쉼터를 넘어 지식인들의 정신세계와 미학을 반영한 상징적 공간이었다.
봉화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3개의 누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청량산 자락과 백천계곡, 띠띠미마을 등 수려한 자연 속에 고즈넉하게 자리한다.
청암정, 한수정, 몽화각 등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정자들은 봉화의 정신문화와 자연친화적 삶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봉화에 누정이 유독 많이 남아 있는 이유는 풍광 좋은 청량산과 문수산 등 자연환경이 선비들의 풍류와 사색의 공간으로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정자는 예술과 철학, 자연이 어우러진 장소로, 선현들의 미학과 사유가 담긴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 예술가를 위한 창작의 쉼터, ‘누정愛아티스트’
‘누정愛아티스트’는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이 주관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예술가가 일정 기간 특정 장소에 머물며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작가에게는 몰입의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에는 예술과 문화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최근 국내외에서 문화 플랫폼으로 주목받으며 지역과 예술이 상생하는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 첫 초청 작가 김창한, 봉화의 풍경을 화폭에 담다
이번 프로젝트의 첫 주자는 야외작업과 생동감 넘치는 풍경화로 정평이 난 서양화가 김창한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국내외에서 개인전 54회, 단체전 230여 회를 개최한 중견 화가다.
울산시립미술관, 현대예술관, 롯데호텔, SMS Korea 등 다양한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현재 전업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특히 김 작가는 어린 시절 봉화 외가에서 자라 봉화와 인연이 깊으며, 부친이 상운면에서 사과 농사를 지어온 만큼 지역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는 2025년 여름부터 2026년 봄까지 총 4회 이상 봉화에 머물며 주요 정자와 자연경관, 마을풍경을 소재로 대형 회화작품을 포함한 25점 내외를 선보일 예정이다.
◆창작의 쉼터 ‘솔향촌’, 전시의 무대 ‘누정갤러리’
김창한 작가의 창작활동은 봉화정자문화생활관 내 체류형 숙소 ‘솔향촌’에서 이뤄진다. 소나무 숲 향기에 둘러싸인 솔향촌은 정자와 숲, 마을이 조화를 이루는 조용한 공간으로, 예술가가 창작에 몰입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완성된 작품은 내년 5월 말부터 약 3주간 봉화정자문화생활관 내 ‘누정갤러리’에서 전시된다. 누정갤러리는 2023년 문을 연 전시공간으로, 봉화의 전통미와 현대적 전시환경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주민과 함께 만드는 문화·관광 융합 프로젝트
‘누정愛아티스트’는 단순히 작가의 창작에 머무르지 않는다. 김창한 작가는 체류 기간 동안 지역주민과 관람객을 대상으로 오픈스튜디오, 드로잉클래스, 작가와의 대화 등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민 참여형 예술 경험을 확산할 계획이다.
창작과정은 SNS와 유튜브(‘야외화가 김창한’) 채널을 통해 실시간 공유돼 봉화의 문화유산과 자연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콘텐츠로 활용된다. 나아가 봉화의 문화·관광·예술을 연결하는 지역 브랜딩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도 기대된다.
봉화군 관계자는 “정자라는 전통 공간에서 탄생한 예술작품은 봉화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새롭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사진,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해 봉화를 사랑하는 예술가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