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제조업의 체감경기가 다시 얼어붙었다. 한·미 관세협상 장기화와 고환율, 내수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역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30일 지역 제조업 25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4분기 부산지역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4분기 BSI는 64로, 전분기(81) 대비 17포인트 급락하며 최근 20분기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치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 미만이면 악화를 의미한다.
조사 결과, 자금사정 BSI는 68로 8포인트 하락했고, 매출(69), 영업이익(66)도 각각 6포인트 내려갔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납품가 인상이 제한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압박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는 조선기자재(117→60), 화학·고무(100→65), 전기·전자(56), 1차금속(60), 자동차·부품(77) 등 전 업종에서 기준치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조선기자재와 화학·고무 업종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구인난으로 급락했다. 전기·전자와 자동차·부품은 관세 대응을 위한 상반기 조기납품과 고율 관세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하락했다.
연초 목표 대비 매출 전망에서도 부정적 신호가 뚜렷하다. 조사기업의 73.7%가 올해 매출 목표 달성에 미달할 것으로 응답했으며, 목표 달성(21.6%)과 초과 달성(4.6%)은 소수에 그쳤다. 매출 부진 이유로는 내수시장 침체(58.7%), 경쟁 심화(21.6%), 수출 둔화(16.2%) 순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 상황도 암울하다. 손익분기점 수준(57.5%)과 적자기업(37.9%)을 합하면 전체의 95.4%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 약화 요인으로는 원자재가 상승(57.1%), 인건비 상승(30.1%), 관세 증가(9.7%)가 꼽혔다.
새정부 출범 이후 무역환경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변화 없음’ 응답이 92.7%로 압도적이며, 불확실성 해소라는 긍정 답변은 1.2%에 불과했다. 환율 급등과 대미 수출 관세 교착 상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법·제도 부담 역시 ‘변화 없음’이 79.5%, ‘부담 가중’이 19.7%로 나타났다.
부산상의 조사연구팀은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 대미 수출 관세의 파급 효과로 지역 기업이 느끼는 충격이 상당하다”며 “정부의 내수 회복 및 통상 리스크 완화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