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영기자 |
2025.09.30 17:21:35
국립창원대학교박물관은 국립창원대 캠퍼스 부지 내에 남아 있는 묘지를 조사한 결과, 이곳이 대학 설립 이전부터 이어져 온 옛 마을의 역사와 기억을 간직한 소중한 공간임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박물관에 따르면 묘지는 현재 학내 공동기기원과 COSS 건물 사이, 공과대학으로 향하는 길목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 묘지는 단순한 조상의 무덤이 아니라, 국립창원대가 세워지기까지 지역주민들이 감내한 희생과 헌신, 그리고 그 땅에 깃든 깊은 역사를 보여준다.
국립창원대가 들어서기 전, 이곳은 상촌마을·퇴촌마을·용동마을로 불리며 김해김씨, 경주김씨, 여양진씨, 동래정씨, 창원구씨, 순흥안씨 등 여러 가문이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었다. 임진왜란 이후 약 400년 동안 주민들은 농사를 지으며 가족과 이웃이 서로 의지하는 공동체를 이뤄왔다.
1982년 대학부지 조성을 계기로 주민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고, 오랜 삶의 터전을 내려놓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러나 더 나은 미래와 인재 양성을 위해 기꺼이 뜻을 함께했고, 그 헌신 덕분에 국립창원대는 오늘의 캠퍼스를 마련하며 새로운 역사를 열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해김씨 후손들은 조상 묘의 보존을 요청했고, 대학은 이를 받아들여 지금까지 묘지를 지켜오고 있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정삼품에 해당하는 관직을 지낸 인물들이 안장되어 있으며, '통훈대부 공조참의'와 '통훈대부 군자감정' 등 관직명이 상석에 남아 있다. 이 묘들은 조선시대 관직 체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 역사와 대학 터전의 깊은 뿌리를 증언하는 중요한 사료이다.
국립창원대박물관은 "이 묘지는 단순한 과거의 유적이 아니라 조상들의 헌신과 주민들의 숭고한 결단을 상징한다"며 "묘지는 교육의 터전이 주민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상기시키고, 지금도 캠퍼스를 지켜보며 후손들에게 귀중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창원대는 "이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묘지 일대를 재정비해 ‘사림공원’으로 조성했고, 그 뜻을 영원히 기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계승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