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덕수에 이어 박성재도 구속영장 기각…특검 ‘내란 수사’ 동력 차질
신병 확보 실패로 호흡조절 불가피…국회 의결방해 등 후속 수사도 영향권
12·3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내란 수사가 동력을 이어가는 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오전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의 염려에 대하여 소명이 부족하다”면서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피의자가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과 피의자가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정도에 대하여 다툴 여지가 있고 충분한 공방을 통해 가려질 필요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내란특검팀은 박 전 장관과 전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영장실질심사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성립 여부를 두고 “지난해 12월3일 저녁 대통령실로 조기 호출된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구치소 수용 여력 확인, 출입국 담당자 대기 지시 등 계엄 선포 후속 조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는 등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특히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경우는 단순 내란 방조 혐의였던 한 전 총리와 달리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출국금지팀 대기, 구치소 수용공간 확보 등을 지시하는 등 사실상 내란 행위에 실질적으로 동조했다고 판단하고 내란 공범에 해당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반면,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구체적 지시를 받지 않았고, 부당한 지시도 한 적 없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서 “‘합수본 검사 파견 검토’ ‘구치소 수용 여력 확인’ ‘출입국 업무 담당 직원 대기’ 지시 등은 모두 계엄 상황에서 법무부가 해야 할 통상적인 업무였으며, 구금·출국금지 명단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을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계획 수립에는 직접 동참하지 않았으나 비상계엄 선포 후 이 같은 각종 후속 조치를 지시함으로써 순차적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한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이는 앞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상민 전 장관과 비슷한 법리 구조로서 이 전 장관은 평시 계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임에도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했고 나아가 계엄 선포 후 경찰청과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1일 구속됐다.
이런 배경에서 당초 특검팀은 이 전 장관 못지않게 박 전 장관의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과 논리를 갖춘 데다 적용 법리마저 유사해 영장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전 장관이 그동안 계엄 당시 법무장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한 것에 대해 특검팀이 법적으로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계엄 선포에 따른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했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과 함께 소환 조사에 꾸준히 응한 점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를 낮추는 작용을 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당초 오는 15·17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까지 소환 조사하고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한 뒤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박 전 장관 신병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막바지에 이른 내란특검의 계엄 국무회의 관련 수사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특검팀은 일단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신병 처리 방향을 다시 한번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은 마찬가지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고 있는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이 직접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후속 지시를 한 혐의를 받아왔으나 영장이 기각된 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국회에서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내란 공범 혐의를 적용하는 건 무리한 수사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명분이 생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내란 특검팀은 수사 기간을 두 차례 연장해 오는 11월 15일까지 수사할 수 있지만, 특검법 개정안에 따라 한 차례 더 연장하면 12월 중순까지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