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도 앉은 적 없는 근정전 ‘용상’… 민주당 "차기 대권 꿈꿨나?"

경복궁 휴무일에 슬리퍼 끌고 '경회루·근정전 출입'…관람객은 출입 금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 2023년 9월 슬리퍼를 신고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인 경복궁 근정전 안에 들어간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주기자 라이브’ 갈무리)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지난 2023년 9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인 경복궁 근정전 안에까지 들어가 역대 어느 대통령도 앉은 적이 없는 임금의 의자인 ‘어좌(용상)’에 앉은 사실이 밝혀져 ‘차기 대권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자료를 통해 “2023년 9월12일 김건희씨가 근정전을 방문했을 당시 ‘용상’에 앉은 사실이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당시 경복궁 방문은 광화문 월대 복원행사 참석 관련 설명을 듣고 아랍에미리트(UAE) 국왕 방문 시 차담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으로, 근정전 내부 관람은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궁능유적본부 경복궁 관리소가 기재한 ‘상황실 관리 일지’를 살펴보면, 김씨는 이날 오후 1시35분부터 3시26분까지 경복궁 안에 머물렀으며, 궁궐 협생문으로 들어와 흥례문·근정전·경회루·흥복전 등을 둘러봤다고 기록돼 있었다.

특히 화요일인 이날은 일반에 개방되지 않는 휴궁일로서 국가유산청은 “당시 근정전 안에 김 씨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최응천 전 문화재청장(국가유산청장), 황성운 전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 정용석 전 행정관(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 고정주 전 경복궁 관리소장 등이 수행했으며, 대통령실의 요청을 받아 최 전 청장이 지시했고, 궁능유적본부와 경복궁 관리소가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당시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김씨의 경복궁 방문을 수행한 정 사장에게 “김건희의 대한민국 국보 불법 침범 및 훼손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김건희가 왜 경회루에 갔느냐. 일반 민간인이 근정전 용상에는 왜 앉았느냐”고 따졌다.

이어 양 의원은 “누가 (용상에) 앉으라고 그랬나. 일개 아녀자가”라며 “최 전 청장이 앉으라고 권유한 건가, 아니면 김건희가 스스로 가서 앉은 건가. 분으로 따지면 1분, 2분, 3분, 4분, 5분? 앉아서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다그치면서 “오늘 대답하고 나가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이라고 압박했다.

특히 같은 당 조계원 의원 역시 정 사장에게 “용상이 개인 소파인가, 김건희가 슬리퍼 찍찍 끌고 스스로 (용상에) 올라갔느냐”며 “그 자리에서 왕을 꿈꿨나 보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앉은 임금의 의자인 ‘어좌(용상)’. 어좌에는 역대 대통령 누구도 앉은 적이 없다. (사진제공=국가유산청)

이에 정 사장은 당시 김 여사의 경회루 방문 사유와 관련해 “월대 복원 기념식과 아랍에미리트(UAE) 국왕 국빈 방문이 있었고, 답사 차원에서 설명을 들으러 간 것으로 기억된다”면서 “(김씨 등이) 국왕 내외분의 동선을 (점검)하면서 근정전을 들렀다가 경회루를 거쳐 흥복전까지 갔다”고 답했다.

그리고 정 사장은 “기획은 국가유산청에서 진행했고, 이배용 (전) 위원장 참석은 부속실에서 요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 전 위원장이) 참석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전 청장이 김씨에게 용상에 앉으라고 권유했느냐?’는 질문에는 “권유했는지는 잘 모른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본인이 가서 앉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이동 중이었기에 만약에 앉아 있었다 하더라도 오래(는 아니고)…1∼2분 정도”라고 말을 흐렸다.

그러자 국회 문체위원장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당시 상황이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는 정 사장을 향해 “국감장이 우습게 보이느냐”며 “제대로 얘기 안 하면 여아 간사, 위원님들 간에 합의해 위증죄로 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시사인 주진우 편집위원은 지난 20일 김씨와 이 전 위원장이 경호 요원으로 보이는 인물들과 함께 궁궐 내 건축물 안에 서 있는 사진을 공개한 바 있어 ‘종묘 차담회’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김씨가 국가 유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또 다른 사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23년 10월4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종묘 비공개 방문 뒤 열린 차담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후 김씨는 지난해 9월3일 종묘의 망묘루에서 지인들과 편법 비공개 차담회를 마련하고 왕과 왕비 신주를 봉안한 영녕전 신실까지 열어 구경한 사실이 드러나 ‘문화재 사유화’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두 사람이 함께한 비공개 행적에 관심이 쏠리는 건, 둘 사이에 ‘금거북이 매관매직’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김씨가 금거북이 등을 받고 이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으로 임명되는 데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현재 수사 중이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