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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사고 적고, 빨리 짓고”…건설업계, ‘모듈러’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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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민영기자 |  2025.10.24 09:21:22

중대재해 방지책으로 ‘모듈러’ 부상
욕실·주방·주차장 등 조립공법 도입
수요 불확실성 커…대량공급 어려워

 

롯데건설은 ‘PC모듈러 공법’ 분야에서만 10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롯데건설이 PC 공법을 활용해 지하 주차장을 시공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최근 건설업계는 중대 재해 방지 대책으로 ‘탈현장건설(OSC)’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모듈러(조립식)’ 공법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공법이 민간 아파트에 도입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높다. CNB뉴스가 주요 건설사들의 현황을 중심으로 ‘모듈러’의 허와 실을 들여다봤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잇단 현장 사망사고로 건설업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이 현장 사고를 방지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모듈러 공법 확대에 나서고 있다.

모듈러 기술은 공장에서 건축 부재나 모듈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방식으로, 기존 현장 시공 방식보다 작업 시간을 줄이고 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모듈러 주택은 균일한 품질로 제조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사용해 붕괴사고 예방 및 공사 기간 단축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부족한 제도적 지원과 대규모 민간 공급이 사실상 어려워 사업성 개선이 숙제로 꼽힌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로 모듈러 승강기를 공동주택 현장에 도입한다. 지난 2일 현대엘리베이터와 ‘모듈러 승강기 도입 및 기술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힐스테이트 이천역 단지에 저층용 모듈러 승강기를 설치해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모듈러 승강기는 기존 승강기를 현장에서 하나하나 조립하는 방식과 달리, 구성 부품의 90% 이상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다. 이를 현장으로 운반하고 마감해 조립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추락사고 및 사망이 잦았던 승강로 내부 고위험 작업을 80% 이상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조 모듈러 OSC 기술 적용 콘셉트 이미지. (사진=현대건설)

이 외에도 스마트 모듈러 공법을 통해 건설 현장의 로봇 자동화 공정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올 상반기 로봇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공간제작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아파트 단지 부속시설에 목조 모듈러 기술을 확대·도입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PC 라멘조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PC 라멘조 모듈러 공법’을 개발해 마북 기술연구원에 목업 시공을 완료했다.

삼성물산은 미래 주거 모델 ‘넥스트 홈’을 실제 주거 공간에 구현한 실증 공간 ‘테스트 베드’를 최근 경기 용인시에 오픈했다. 테스트 베드에 설치된 특화 세대에는 수직 기둥에 수평 부재인 보를 더한 ‘넥스트 라멘’ 구조가 적용됐다. 여기에 세대 내부를 구성하는 바닥과 벽체, 욕실 등은 조립식 형태의 모듈형 건식 자재로만 구성된 인필 시스템이 도입됐다.

지난달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 2025’에서 모듈러 주택을 공개했다. 해당 주택은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스마트 거주공간으로 구성됐다. 삼성전자의 ‘모듈러 홈 솔루션’을 적용해 보안, 엔터테인먼트, 수면 등 거주자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술 선점 경쟁 치열…앞다퉈 특허등록



GS건설은 모듈러 주택사업을 통해 축척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고식 블록 아파트 시대를 앞당긴다는 포부다.

회사는 자회사 GPC와 함께 지난 5월 충북 음성에 GPC 공장부지 내에서 조립식 콘크리트(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 이하 PC 공법) 부재로 만든 공동주택 목업(Mock-up, 실제와 동일한 시험 건축물)을 완공하고, 주거성능 검증까지 마쳤다.

또한 GS건설의 국내 모듈러 주택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는 철골 모듈러 공동주택 기술을 개발, 지난달 15일 국토교통부의 공업화주택 인정을 획득했다. 이는 주택법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표준화된 생산공정으로 품질, 안전, 내구성을 충족하는 모듈러 주택에 부여하는 국가 공인 제도다.

 

충남 당진 자이가이스트 공장에 방문한 글로벌 연수생들이 현장 견학하고 있다. (사진=GS건설)

현재까지 철골 모듈러 기술을 통해 국토교통부의 공업화주택 인정을 받은 최대 층수는 12층이었으나, 이번 기술로 공동주택 18층까지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인정을 받게 됐다. 이 기술은 기둥과 보 등 구조체는 철제로, 나머지 골조, 바닥, 벽체, 천장은 콘크리트 슬래브, 석고보드 등의 자재를 조합해 전체 영역을 모듈화한 시스템이다.

롯데건설은 모듈러 특허 등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2년간 출원한 PC공법, PC모듈러 공법 등 관련 특허 14개를 모두 등록했다. PC공법은 콘크리트 부재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지하 주차장, 대형 구조물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PC모듈러 공법은 PC공법의 확장된 방식으로, 완성형 3D 부재(방, 화장실 등 입체적 완성형 구조물)를 제작해 현장에서 결합만으로 시공을 완료하는 방식이다. 롯데건설은 시공 중인 공동주택 현장 지하주차장에 PC공법을 적용하는 등 PC공법 적용률을 기존 23%에서 46%로 2배 이상 확대했다. 롯데건설 측은 “이번 특허를 통해 공사 기간 단축과 안전사고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강조했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모듈러 자회사인 코오롱E&C에서 모듈러 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동시에 지난 2023년 인수한 엑시아머티리얼스를 통해서는 모듈러 건축 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편 모듈러 주택은 정부의 주택공급대책과도 맞물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 정부는 9.7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수도권 단기 공급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모듈러 주택을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모듈러 매입임대주택 설계, 시공 가이드라인 및 매입가격 산정방안 등 제도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모듈러 주택 등은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낯설다. 따라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대량공급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당장은 대량생산에 따른 단가 절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발주자들이 모듈러 주택 방식을 선호할지 의문”이라며 “국내 모듈러 주택 대부분이 아직은 공공발주 물량이며, PC 공법이 활용된 주택들이 민간에서도 ‘뉴 노멀’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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