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 철강산업의 생존 조건으로 떠오르면서 수소환원제철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20조 원 이상을 투입해 수소환원제철 체제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 신규 용지 조성을 위한 인허가가 지연될 경우 실증과 상용화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해 전환 로드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술 경쟁력은 상당 부분 확보됐지만, 이를 현실로 옮길 공간과 행정 절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탈탄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는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한국형 공법이다. 기존 고로 대비 이론적으로 최대 95% 이상 탄소 배출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포항제철소 내부에는 실증 플랜트를 설치할 부지가 없어 약 135만㎡ 규모의 해역 매립을 통한 신규 용지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인허가 속도다. 중앙산업단지계획심의 등 관련 절차가 지연될 경우 설비 구축과 실증 일정이 연쇄적으로 미뤄지면서 수소환원제철 전환 속도에 치명적인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인허가 장기화가 곧 투자 집행 지연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인허가 지연은 단순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하며 철강 탈탄소화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 역시 대규모 재정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배출권 거래제 강화와 탄소 감축 목표 이행이 가속화되는 만큼, 수소환원제철 전환이 늦어질수록 생산 축소와 비용 부담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포항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역시 크다. 제조업의 상당 부분을 철강에 의존하는 포항은 최근 수출 감소와 산업 생산 위축으로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설비 건설과 고용 창출, 연관 산업 활성화로 지역경제 회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용지 조성은 산업과 지역 모두의 생존 과제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해역 매립에 따른 환경 영향과 행정적 검토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글로벌 탈탄소 경쟁이 가속화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환경 보전과 산업 전환을 동시에 고려한 합리적 조율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결국 수소환원제철 성공의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속도와 결단이다. 무탄소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장기적인 재정·세제 지원, 예측 가능하고 신속한 인허가 체계가 동시에 작동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포항 신규 용지 조성은 단순한 개발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적 선택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있는 판단과 과감한 결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