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호기자 |
2025.12.29 16:07:23
현금 지원 논쟁 재점화…성매매 피해자 정책, 설명 부족에 ‘뜨거운 감자’
피해 인정과 현금 지급은 별개…지원 방식 재설계론
성매매 피해자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현금 지급’ 방식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제도 취지와 달리 “요즘 시대에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누리꾼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중앙지에서 보도한 탈성매매 지원금 규모를 둘러싼 논쟁도 겹치며 정책 설계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성매매 피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는 비교적 합의된 영역이다.
경제적·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금전적 유인이나 회유에 노출된 경우, 이를 온전히 개인의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피해로 규정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성매매를 범죄 구조의 결과로 보고,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크지 않다.
문제는 피해를 인정하는 것과, 그에 대한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 방식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느냐는 지점이다.
피해로 분류된다는 이유만으로 현금성 지원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복지 제도의 기본 원칙과 비교할 때, 성매매 피해자 지원에서 현금이 상대적으로 강조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 논란의 출발점이 됐다.
실제로, 우리나라 복지 제도는 현금 지급을 최소화하고, 서비스·현물·바우처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요양이 필요한 대상자는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고, 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의료·주거·교육 영역에서는 목적이 정해진 지원이 원칙이다. 이는 지원금의 사용 목적을 분명히 하고 오남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행정적 선택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성매매 피해자 지원금이 ‘월 수백만원’ 수준으로 알려지자,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요즘 시대에 강제로 끌려가는 경우가 얼마나 되느냐”, “선택의 결과까지 국가가 현금으로 보전해 주는 것이 맞느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피해 구조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 액수만 부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복지 원칙과 어긋난 설계였나”…탈성매매 정책에 제도적 변화 요구
논란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은 일부 중앙지 보도에서 언급된 탈성매매 지원금 규모다.
보도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생계비·주거비·훈련비 등이 합산돼 최대 620만 원, 또는 540만 원 수준으로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제도는 항목별·조건별 지원 구조임에도, 총액이 ‘월 지급액’처럼 받아들여지며 오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금 지원은 언제나 강한 메시지를 동반한다.
보호를 위한 장치가 자칫 보상이나 대가로 읽힐 경우, 정책은 정당성을 잃기 쉽다. 불법 구조에서의 이탈을 돕는 정책일수록, 지원 방식은 엄격하고 설명은 정교해야 한다는 이유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사회적 반감을 키우는 상황은, 피해자 보호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지원이 복지 원칙과 형평성 위에 놓이도록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금과 서비스의 비중, 지원 요건과 기간,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에게 전달되는 설명 방식까지 함께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