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지난해 8월 임명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전격 사퇴해 장동혁 대표의 쇄신안 발표를 앞두고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당 방향성에 반발한 사임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장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종료된 뒤 기자들과 만나 언론 공지문을 통해 “지난해 8월 장동혁 대표로부터 직을 제안받았을 당시 저는 ‘국민의힘이 국민께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작은 불쏘시개 역할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며 직을 수락했다”면서 “그러나 저는 지난해 12월 30일, 당 지도부에 정책위의장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사임 소식을 알렸다.
이어 김 전 의장은 “장 대표께서 당의 변화·쇄신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 소임은 여기까지라고 판단했다”면서 “앞으론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한사람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앞서 김 전 의장은 공식 사임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국민께 불안과 혼란을 드린 점을 참담한 심정으로 깊이 새기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 재임 중에 계엄 사태가 발생했다는 자체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는 계엄 사과를 거부했던 장 대표와 결이 다른 발언으로 먼저 이 발언 직후 장 대표에게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져 장 대표의 이끄는 방향성에 반발한 사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서 합리적인 중도 성향의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전 의장은 부산 강서를 지역구로 둔 4선 중진으로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선출된 장 대표가 김 전 의장을 정책위의장으로 낙점했을 때 ‘파격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나온 김 전 의장의 중도 사퇴는 장 대표의 리더십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 한 핵심관계자는 “장동혁 지도부에서 유일한 현역 중진 의원인 김도읍 의원의 변화·쇄신에 대한 소신은 뚜렷한 것으로 안다”면서 “당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김 의원의 사퇴로 관망하던 의원들도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부갈등은 전혀 아니고, 김 의장의 개인적 사유로 사퇴한 것”이라며 “장동혁 지도부의 성공을 기원하며 아름답게 물러나셨다”고 주장했으나 이 발언직 후 김 전 의장 측이 항의하자, 공보실은 “‘개인적 사유’라는 표현은 취소하겠다. 김 의장이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정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사유’로 이번 사퇴가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에 따라 김 전 의장은 사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산시장 출마를 둔 포석이냐’는 질문애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 ”처음 정책위의장직을 수락할 때부터 불쏘시개 역할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을 아꼈다.
김 전 의장이 사퇴를 고민한 건 12월 초부터였지만 당시 장 대표는 ‘연말 결집, 신년 외연 확장’ 등을 주장하면서 “연말까지 기다려달라”고 설득했으며, 송언석 원내대표도 사퇴를 만류했지만 김 전 의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김 전 의장이 불과 4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정책위의장직에서 물러나자 내부 동요가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영남지역 한 중진 의원은 6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나마 당 지도부의 강성 색채를 중화시키는 균형추 역할을 했던 김 의장이 사퇴하자 당을 걱정하는 의원들이 많다”면서 “연초부터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에 빨간 불이 들어온 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의원은 “오는 8일로 예정된 장 대표의 당 쇄신안 발표에 당원들이 요구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이나 계엄 사과 등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