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문화훈장을 받은 황석영 작가가 팽나무의 장구한 인생을 다룬 ‘할매’를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13일 문학계에 의하면 황석영 작가가 5년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할매’가 교보문고와 인터넷 서점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할매’는 600년 된 팽나무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시베리아의 눈보라를 이기고 날아온 새 개똥지빠귀 한 마리가 한반도 금강 하구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새가 품고 있던 팽나무 씨앗이 싹을 틔워서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인 할매가 되는 내용이다.
‘할매’는 팽나무 할매가 600년 동안 금강 하구 마을에서 바라본 한반도의 시간을 생명의 순환이라는 철학적 알레고리로 다루고 있다. 승려 몽각, 당골네 고창댁, 순교자 유분도, 동학농민군 배경순 등이 등장하고, 일제 강점기 시절에 군산 비행장 활주로가 만들어지고 해방 이후에 미군 기지가 확장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는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조개가 죽어가는 시간을 그린다.
지난해 말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황 작가는 올해 ‘할매’ 외에도 칼라(KAALA·Korea with Asia, Africa, Latin America)문화재단으로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칼라문화재단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제국주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문화예술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다. 지난해 8월 전북 군산에서 출범했는데, 황 작가가 초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황 작가는 지난달 서울에서 칼라문화재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칼라 페스티벌과 칼라 프라이즈 등의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칼라 페스티벌은 오는 11월 시범적으로 개최하고, 격년제로 군산에서 열린다. 칼라 프라이즈는 문학, 시각 예술, 다큐멘터리 영화, 특별상 등 4개 부문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새로운 문화적 지향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그는 노년의 작품 활동에 대해서는 ‘할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시력이 안 좋아졌지만 두세 편 정도 소설을 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소설을 쓰기 힘들면 일기라도 죽을 때까지 쓰면서 현역으로 노작가의 노릇을 해내려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서구, 유럽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대국의 패권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문화 예술을 일으키려는 작가들과 연대해 새 흐름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칼라 프라이즈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3 세계 국가의 자유와 인권 향상에 기여한 작가에게 수여하던 국제문학상인 로터스상을 부활시키려는 의지로 보인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