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전국 평균을 웃도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생명존중 원년’을 선포하고 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에 나섰다. 사회적 고립과 정신건강 문제 등 복합적 원인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의료·복지·지역사회를 아우르는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조규율 부산시 시민건강국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살 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라며 “2026년을 생명존중 원년으로 삼아 보다 촘촘한 예방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자살 사망자는 1만4000여 명으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 역시 같은 해 989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해 인구 10만 명당 30.3명으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시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자살예방 사업 예산을 지난해 32억 원에서 올해 72억 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하고, 기존 정책을 ‘연결·예방·보호’ 중심의 3대 전략 7대 과제로 재편했다.
우선 지역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연결’ 전략이 추진된다. 시는 민·관 협력기구인 ‘부산 생명존중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자살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실제 자살 사망자의 64%가 사망 전 3개월 이내 여러 기관을 방문했지만, 주변에서 이를 인지한 비율은 20.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는 읍·면·동 단위 ‘부산형 생명이음 생활권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자살 예방 실무자를 ‘생명이음 실천가’로 양성해 촘촘한 인적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예방’ 전략에서는 정신건강, 경제위기, 질병 등 주요 원인별 맞춤형 대책이 마련된다. 시는 심리상담 바우처와 청년 마음건강 지원을 확대하고, 교육청과 협력해 아동·청소년 대상 사회정서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복지 상담과 채무조정, 소상공인 지원도 확대한다. 고령층에 대해서는 독거노인 돌봄과 방문건강관리, 일자리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고립 해소에 나선다.
위기 상황에 대한 즉각 대응을 위한 ‘보호’ 체계도 강화된다. 시는 자살 시도자와 정신응급환자에 대응하는 응급대응센터를 기존 4곳에서 5곳으로 확대하고, 자살 유족에 대해 사건 발생 24시간 내 심리·법률·행정 지원을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조 국장은 “도시의 품격은 시민의 삶을 얼마나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며 “서로를 연결하고 보듬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자살 문제를 부산 전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