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영기자 |
2026.03.23 11:39:55
부산대학교는 전기전자공학부 이길주 교수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생명과학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펀딩 프로그램인 '휴먼프론티어사이언스프로그램(HFSP)'상을 받게 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과제는 ‘삼엽충 시각의 진화·기능·메커니즘 규명 및 생체모방 이미징 시스템 개발(Unravelling trilobite vision: evolution, function, and bio-inspired engineering)’을 주제로 진행된다. 부산대 이길주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의 루크 패리 교수, 독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의 로렌 섬너-루니 연구그룹 리더와 함께 팀을 이뤄 HFSP 연구 그랜트(리서치 그랜트) 트랙에 선정됐다.
‘휴먼프론티어사이언스프로그램(HFSP)’은 독창적인 학제간 융합 국제공동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1989년 설립된 국제 펀딩 프로그램이다. 역대 수혜자 중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이른바 ‘노벨상 펀드’로 불릴 만큼 연구의 혁신성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총 7명이 선정됐으며, 리서치 그랜트(3명), 엑셀러레이터(2명), 연구자연수지원(2명) 트랙에 부산대를 포함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양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미국 예일대, 기초과학연구원(이하 IBS) 소속 연구자가 선정됐다.
특히 이길주 교수가 선정된 리서치 그랜트 트랙에서는 지난해 대비 약 50% 증가한 총 1180 후보팀과의 경쟁에서 최종 34팀(107명, 30개국)이 선정됐다. 이길주 교수는 3년간 총 40만 달러(약 6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길주 교수 연구팀은 약 5억 2천만 년 전 캄브리아기에 지구 최초의 정교한 눈을 발달시킨 삼엽충의 세 가지 눈 유형(홀로크로얼, 스키조크로얼, 아바토크로얼)이 가진 광학 원리와 진화적 기원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카메라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생체모방 이미징 센서를 개발할 계획이다. 나아가 신경망 기반 영상처리 시스템을 개발해 실시간 깊이 추정 및 테두리 검출 등 고급 시각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 중 부산대 이길주 교수는 ‘메커니즘 규명 및 생체모방 공학' 파트를 총괄한다. 맞춤형 광선추적(ray-tracing) 시뮬레이션으로 삼엽충 세 눈 유형의 광학 성능을 비교·분석하고, 초박형 유연 나노멤브레인 실리콘 광검출기(PD) 어레이를 곡면 기판에 제작해 삼엽충의 눈을 모사한 하드웨어 프로토타입을 구현한다.
이번 사업은 멸종된 고대 생물의 화석 기록을 분석하는 고생물학과 최첨단 반도체 공학이 만나는 매우 이색적이고 혁신적인 융합 연구다. 가장 오래된 보존 시각 시스템인 삼엽충의 눈을 현대 공학으로 재해석해, 기존 단일 렌즈 시스템이 가진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설계 원리를 발굴하게 된다.
이길주 부산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억 년 전 사라진 생물의 경이로운 시각 원리를 현대 기술로 부활시키는 세계적으로도 도전적인 과제”라며 “고생물학과 공학의 융합 연구를 통해 자율주행 로봇이나 수중 탐사 등 복잡한 환경에서 활약할 수 있는 차세대 이미징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