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고 베니스비엔날레,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정상회담 자리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14일 문학계에 의하면 한강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We Do Not Part)’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을 받았다.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번역한 영어판이 상을 받은 것.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매년 영어로 출판된 우수 도서를 대상으로 소설, 논픽션, 전기, 자서전, 시, 비평 등 6개 부문에서 상을 수여한다. 한국 소설 중에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것은 한강 작가가 처음이다. 김혜순 시인이 시집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으로 수상한 이후로는 두 번째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제주 4.3 사건의 여파가 남긴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며, 이 예술적인 소설은 상실 속에서 창조와 진실에 대해 천착한 고찰로 묘한 분위기를 만들며 압도적인 꿈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고 평가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국내에서 2021년 처음 출판됐다. 현재 여성들이 제주도에서 이승만 대통령 정부 시절에 발생한 양민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기억하는 어머니와 함께 근현대사의 비극을 되짚고, 이를 통해 역사 속 인간과 생명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2023년 프랑스에서 프랑스어 번역본으로 메디치 외국문학상과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다.
또한 한강 작가는 오는 5월 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에도 참여한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우리나라는 한국관 전시를 ‘해방공간 : 요새와 둥지’를 주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최빛나 예술감독이 총괄하고 노혜리, 최고은 작가가 대표작가로 함께 한다.
한강 작가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펠로우로 참여한다. 농부이자 활동가인 김후주, 작가 겸 가수인 이랑, 사진 작가인 황예지, 르완다 출신의 예술가인 크리스티앙 니얌페타가 펠로우로 한강 작가와 함께 한다.
한강 작가는 2018년 미국 피츠버그 카네기 뮤지엄에서 선보인 설치미술 작품 ‘장례(Funeral)’로 참여할 예정이다. ‘장례’는 그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첫 부분과 연결된 작품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강 작가는 오는 7월 4~25일 프랑스 아비뇽 지역에서 열리는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에도 참여한다. 올해에는 한국어가 아시아 언어 중에서 처음으로 초청 언어(Guest language)로 지정됐다. 공식 초청 프로그램에 한국 공연 예술 분야 9개의 작품이 선정됐는데, 그중에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토대로 한 낭독 공연 ‘새’가 포함됐다.
한강 작가의 낭독 공연 ‘새’는 오는 7월 15~16일 아비뇽 페스티벌의 대표 공간인 교황청 명예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 우리나라 배우 이혜영이 공연에 참여한다. 한강 작가는 7월 12일 독자들과의 대화 행사에 참여하고, 아비뇽 페스티벌의 다른 프로그램에도 모습을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달 3일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한강 작가의 문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오찬에서 한강 작가의 ‘금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문장을 인용한 것에 대한 화답이었다. 한강 작가는 2024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사랑은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하는 금실’이라는 자신의 8살 때 시를 인용한 바 있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산문집 ‘빛과 실’ 외에 새로운 소설 작품을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고 베니스비엔날레에 이어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 정상회담에서 인용되면서 향후 신작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