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산사태로 붕괴된 장씨의 집 안방에는 대나무와 흙덩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경남도민일보/오웅근 기자
폭우가 퍼붓던 지난 15일 밤 부부싸움을 하다 홧김에 집을 나간 사이 보금자리가 산사태로 흙더미에 수몰되는 사고가 발생, 하마터면 생매장당할 뻔한 이들이 부부싸움 덕에 화를 면해 '부부싸움도 때론 약이 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진해시 안골동 욕망산 기슭 언덕에 사는 장정술(50·신항만 개발공사 직원)·김쌍이(49) 씨 부부는 부산 지역에 살다가 신항만공사 현장 일로 진해 안골동에 이사 온 세입자로서 평소 금실이 좋았으나 지난 15일 폭우가 내리는 밤에 괜한 일로 다투다가 급기야 둘 다 집을 나갔다.
장 씨는 가까운 부산시 사하구 하단의 모 술집에서 화를 달래며 술을 마시다가 혼자 기다리고 있을 아내 생각에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진해로 돌아오는 하단 저지대에 강물이 넘쳐 교통이 두절, 부득이 여관 신세를 졌다.
아내 역시 남편이 집을 나간 후 화를 참지 못해 친정으로 달려갔으나 이내 남편 걱정에 돌아가려 했지만 야심한 밤길에 폭우까지 겹쳐 가족들이 만류하는 바람에 발이 묶인 상태가 됐다.
이들이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다음 날인 16일 오전 집으로 돌아 왔을땐 이미 보금자리는 온데간데없고 뒷산에서 쏟아져 내린 흙더미와 대나무들이 안방과 부엌을 차지한 채 수몰돼 있었다.
안골동 통장 이주명 씨는 "장 씨의 집에 흙더미가 강타한 시간은 16일 오전 7시, 하마터면 보금자리가 무덤 터가 될 뻔했으나 부부싸움 탓에 각기 외박을 함으로써 구사일생 목숨을 구하는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졸지에 수재민 신세가 된 이들 부부는 그날 밤의 부부싸움 탓에 목숨을 부지한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라며 서로 화해를 하는 것은 물론 "우린 어쩔 수 없는 천생연분"이라며 서로 웃음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