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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④] 좌절된 장보고의 꿈…불법어업 선박 국적 논란

④ 러시아 국적 선박 Yantar 31·35호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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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5.02.02 14:38:46

▲남극해양생물보존위원회(CCAMLR) 홈페이지에 소개된 Yantar 31호(왼쪽)와 35호(사진: CCAMLR)

과거 우리나라는 ‘해상대국’이었다. 1200여년전 신라의 장보고는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당나라 해적을 소탕하고 당나라와 신라, 일본을 잇는 해상무역을 주도했다. 하지만 2015년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해적국가(불법어업국)로 지정될 위기에 몰렸다.

CNB는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도움을 받아 언론최초로 불법어업의 실상과 대안을 7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국내 원양기업인 사조산업이 49% 지분을 보유한 러시아 국적 선박 Yantar 31호와 35호의 사례를 통해 불법어업 선박의 국적 문제를 살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불법어업 규제법안 국회 통과…해적국가 지정 피할까?
② 인성·사조·동원 불법어업·인권침해 ‘국제 망신살‘
③ 싹쓸이 참치 포획…‘참치통조림’의 불편한 진실
④ 러시아 국적 선박 Yantar 31·35호의 정체
⑤ 인성·사조·동원·오뚜기의 이유있는 항변
⑥ 그린피스 동아시아(서울사무소) 프로그램매니저 단독 인터뷰
⑦ ‘싹쓸이 어업’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으로…대안은 없나?

▲한국 어선 코스타호, 선스타호와 함께 남극 로스해의 얼음 사이에서 조업 중인 Yantar 31호(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

지난해 10월 호주에서 열린 남극해양생물보존위원회(CCAMLR) 회의에서는 불법어업(IUU, IUU, 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수상한 어업 행적을 보인 러시아 국적의 Yantar 31호와 35호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두 선박은 국적은 러시아였지만 실질적인 운행과 조업은 한국기업인 사조산업이 담당했기 때문에 실질적 주인은 사조산업일 것이고,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 선박의 정체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소유주인 오리온(Orion Co Ltd)이라는 러시아 회사의 지분 구조를 보면, 사조산업이 49%, 러시아 측이 51%를 보유하고 있다. 사조 지분이 50%를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통상 상법에서는 50.1%이상 지분을 가져야 경영(소유)권을 갖는다.

문제가 불거지자 그린피스는 “현행 원양산업발전법이 불법어업 단속대상을 ‘대한민국 국민이 납입한 자본금 또는 보유 의결권이 50%를 초과한 외국 합작 법인’으로 규정해 국내 회사들의 숨겨진 합작법인을 이용한 불법어업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소유’의 기준을 25% 또는 그 이하로 낮추고 ‘수익적 소유’라는 용어 정의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오리온의 실질적 소유주가 사조산업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사조산업 측은 “우리가 자본과 배를 대주고, 운항도 우리가 하고 있지만, 소유권은 51%의 지분을 보유한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것이 맞다”며 “설사 우리가 소유권을 가지고 싶다 해도 러시아 정부가 외국 기업에 방어적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CNB에 설명했다.

굳이 합작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러시아 수역에는 우리나라 국적의 배가 들어갈 수 없다. 제한된 숫자만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합작을 통해서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했다.

과연 Yantar 31호와 35호는 사조산업의 주장대로 러시아기업 소유일까? 아니면 그린피스의 주장처럼 실질적으로는 한국기업이 소유한 선박일까?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와 원양산업종합정보시스템에 Yantar 31·35호가 사조산업 소속으로 명시돼있다(사진=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위쪽)·원양산업종합정보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사조산업 선박 아니다? 홈페이지엔 ‘사조 소유’

인터넷에서 ‘Yantar 31’을 검색하면, 남극해양생물보존위원회(CCAMLR) 홈페이지에 기재된 선박 정보를 찾을 수 있다.

1990년 한국에서 건조되었으며, 국적은 러시아연방, 등록항구는 소베츠카야 가반, 소유주는 오리온(Orion Co Ltd)이다. 총 중량 788톤, 전장 49.6미터, 엔진출력 882kW, 총 350톤을 적재 가능한 3개의 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 10월까지 남극에서 조업했다.

‘Yantar 35호’의 경우, 2001년 타이완에서 건조되었으며, 국적 및 등록항구, 소유주는 Yantar 31호와 같다. 총 중량 660톤, 전장 58.20미터, 엔진출력 1103kW, 총 527톤을 적재 가능한 4개의 창고를 탑재했다. 2012년 10월까지 남극에서 조업했다.

이같은 정보로 보면 러시아 선박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추적해보면 의아한 점이 발견된다.

선원들에게 구직을 알선하고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www.koswec.or.kr) 홈페이지를 방문해 검색해보면 두 선박은 사조산업 소속으로 명시돼있다. 소유주는 러시아지만 선원 채용은 사조산업이 담당한다는 뜻이다.

해외수산협력원이 운영하는 원양산업종합정보시스템(www.ofis.or.kr)에 접속해도 두 선박은 사조산업 소속으로 나온다.

사조산업 홈페이지는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사조의 원양선단 중 ‘대구저연승(낚시를 바닥에 늘여뜨려 조업하는 방식)’ 선박을 소개하는 이 페이지에는 ‘사조대림’ 소속 ‘청용 81’과 ‘청용 83’ 2 척의 배만 소개되어 있지만, 홈페이지 소스를 들여다보면 ‘사조산업(주)’ 소속의 ‘Yantar 31’과 ‘Yantar 33’호가 포함된 것을 볼 수 있다.

사조산업측도 실질적으로 자사 소유로 간주하고 홈페이지에 선박 명을 수록했지만, 논란이 불거지자 선박 명이 드러나지 않게 처리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정황이다.

여러 관계기관 홈페이지에 두 선박이 사조 소속으로 나와있는 것에 대해 사조산업 관계자는 “러시아측의 운항 능력이 떨어져 우리가 운항을 하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라며 “선원 모집도 러시아보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페이지 소스에 ‘Yantar 31호’와 ‘Yantar 33호’가 포함된 건에 대해서도 “처음 홈페이지를 제작할 때는 운항중인 모든 선박 명을 게재하는 방식이었으나, 추후 소유한 선박 명만 게재하는 것으로 바뀌며 그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조산업 홈페이지(위쪽)에는 나타나있지 않은 Yantar 31호와 35호가 홈페이지 소스에는 수록돼있다(사진: 사조산업 홈페이지 캡처)

원양어업발전법 개정, 빛좋은 개살구?

앞서 설명했듯 그린피스는 현행 원양산업발전법이 합작법인의 불법어업을 통제하기 어렵다며 동 법으로 규제 가능한 합작법인의 의결권 기준을 25%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1월 6일 개정돼 올해 7월 7일 배포 예정인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 원양산업과 박천일 사무관은 CNB와 통화에서 “49% 제한은 합작법인법과 관련된 부분이라 손질하기 어렵다”며 “12조 2항의 ‘국민’ 요건으로 실질적 규제가 가능하며, 시행령에서 이 부분을 좀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안 제12조 2항(자국민 통제 및 관리)은 “① 대한민국 국민은 해외수역에서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제13조제2항에 따른 원양어업자등의 준수사항을 이행하여야 한다. ② 해양수산부장관은 대한민국 국민이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을 하거나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해당국의 책임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의 재발 방지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③ 해양수산부장관은 국제수산기구 또는 연안국과 협력하여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을 하거나 지원하는 자를 차단하는 데 노력하여야 한다.” 등이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측은 “모든 국민을 불법어업의 책임 대상으로 삼는 두루뭉술한 표현은 실제 법을 이행하는 데 있어 명확한 책임소재 파악을 어렵게 한다”며 “과연 ‘국민’이 불법어업을 '한다'는 걸 어떻게 정의하고 파악할 것인지 구체적 기준을 법안에 포함하는 것이 한국 해양·수산 산업의 끝없는 사고의 고리를 끊는 지름길”이라는 입장을 CNB에 전해왔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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