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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기업정책 핫이슈(30)] 정치권 외풍에 흔들리는 국민연금

‘의결권 5% 제한론’ 수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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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2019.04.09 09:00:21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 소득주도성장에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제 보장, 본사의 횡포로부터 가맹점 보호,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제한 논란이다. (CNB=이성호 기자)

 

지난달 27일 정기주총이 열린 대한항공 본사 전경. (사진=김수식 기자)

 

재계 “국민연금 행위는 경영권 침해”
野, 연기금 주주권 제한 법안 추진
시민단체 “의결권 족쇄는 사회주의”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해 부결되면서 일부 정치권과 재계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놓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인데 오너 일가의 기업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진 것.

전경련·경총 등은 주총 직후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 전임에도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려 기업경영권을 흔들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비슷한 입장이다. 총수일가의 위법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으로 단죄함이 마땅함에도 이번처럼 국민 노후자금(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관치·계획경제이며 대한민국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연금의 결정과 개입은 심각한 시장 파괴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정치적 관여를 배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재 국회에는 김종석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해 1월 대표발의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 중인데 이 개정안 통과를 서두르겠다는 얘기다.

이 법안은 국민연금공단이 기금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되, 지분율 5%를 초과해 보유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못하도록 함이 골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수는 2010년 139개소에서 2017년 276개로 늘었고(현재는 약 300개),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수도 2013년 42개, 2017년 96개까지 증가했다.

시가총액 30대 기업 중에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기업은 포스코, 네이버, KB금융, 신한지주, KT&G, 하나금융지주 등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지분을 얼마를 가지고 있든 간에 5% 이내에서만 의결권을 행사토록 족쇄를 채우자는 것이 요지다.

 

사진은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참여 후 첫 주주총회 무엇이 달라졌나’ 토론회 모습. (사진=이성호 기자)


관치경제 vs 주주행동에 찬물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

상임위에 따르면 찬성 측은 경영전략·기업 지배구조 등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확대는 경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기금 자산의 증식 또는 주주가치의 증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5%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압력 또는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좌우될 경우 연금 가입자 및 수급자의 재산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 민간 기업의 경영에 대한 정부의 지배력 확대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

반면 이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 또한 크다. 불합리한 의사결정이나 기업 지배구조 악화 등에 대해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주주가치 감소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결권 행사가 최소한의 수단이라는 전제에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말 투자대상회사를 점검한 결과 우려사항이 있다면 주주활동(의결권 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등 연금 가입자·수급자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의결한 바 있다.

이제 막 도입한 시점에서 이를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조양호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한 부결만이 부각되고 있지만, 그 실제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용은 여전히 충분치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경실련에서는 지난 3일자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부적정 적용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기도 한 상태다.

5%룰을 놓고 주무부처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있어 기업경영에 대해 간섭하고 있지 않으며,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주주권 행사를 제한하게 됨에 따라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상임위에 냈다.

찬반이 첨예한 가운데 향후 법안 논의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한편,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한정한다는 것은 당황스러운 발상이자 그야말로 연금사회주의”라고 비판하며 향후 추이에 따라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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