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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면 비대면⑦] ‘대면’도 ‘대리’ 시대…‘아바타’ 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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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03.17 09:31:41

아바타 보내 입학식 ‘가상 참석’
야구응원·영상통화도 ‘분신술’로
아바타 포함하면 인구 5억 시대

 

코로나 시대, 나를 대신 보내는 아바타의 시대가 열렸다. 실제 본인처럼 또는 꾸미고 싶은 대로 제2의 자아를 창조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대리대면이 대세다. 사진은 SK텔레콤의 초실감 미디어 플랫폼 앱 ‘점프VR’에서  아바타가 만들어지는 과정 갈무리

 

직접 가는 것이 안 되면 방법은 하나다. 비대면이다. 얼굴 마주 않곤 아무 일도 못할 줄 알았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비대면의 지평은 생각보다 깊고 넓었다. 영화 인터스텔라 대사처럼 “늘 그랬듯이, 답을 찾아”가며 얻어낸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에 CNB가 달라진 산업 패러다임을 분야별로 소개하고 있다. 이번 편은 ‘대리 대면’을 실현하고 있는 이통사들(SKT·KT·LG유플러스)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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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입학식’ 치른 21학번 새내기



지난 2일 순천향대학교 대운동장. 이 학교 입학식이 열린 이날 푸른 잔디 위에 과잠(학교 점퍼)을 맞춰 입은 21학번 새내기들이 모였다. 이들은 처음 보는 동기와 인사를 나누고 총장의 환영인사도 함께 들었다. 코로나 시대에 금기시되는 대규모 집합이라도 행해진 걸까? 하지만 이곳은 금단의 지대가 아닌 가상세계. 학생들은 집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보내 대리 입학식을 치렀다. 또 다른 자아들 간의 만남이 메타버스(현실과 추상을 뜻하는 Universe와 Meta의 합성어)에서 성사된 것이다.

공간의 일치감이 현실감을 더했다. 가상과 현실세계의 이질감을 최대한 지웠다. SK텔레콤과 순천향대는 입학식의 주무대인 본교 대운동장을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꾸몄다. 타원형의 운동장에 육상 트랙을 두르고 바닥에 축구 경기용 라인을 똑같이 새겼다. 관람석 모양, 나무의 배치 등 작은 요소들도 하나하나 반영했다.

하지만 입학식의 주인공은 배경이 아닌 신입생. SK텔레콤이 자사 초실감 미디어 플랫폼 앱 ‘점프VR’에서 진행한 이날 행사의 ‘키포인트’는 아바타였다. 게임에서 볼법한 캐릭터가 주인공이었다. 학생들은 각자의 개성에 따라 헤어스타일과 피부색 등을 조합해 제2의 나를 만들어 행사에 참석시켰다. 그리고 게임을 하듯 조작해 이리저리 운동장을 활보하며 동기들과 채팅 기능을 통해 소통했다.
 

SK텔레콤은 순천향대학교와 협력해 지난 2일 오전 열린 2021년 순천향대학교신입생 입학식을 자사 ‘점프VR’ 플랫폼을 통해 진행했다. 신입생들은 메타버스(Metaverse) 공간에서 동기들을 만났다. (사진=SK텔레콤)

 


가상공간서 얼굴 보고 대화하듯



비대면에 익숙해지고 또 지쳐가는 이때, 연결을 주업으로 하는 이통사 사이에서 ‘분신술’이 떠오르고 있다. 유쾌한 자아분열을 통해 다른 나를 특정 공간에 보내는 술수다.

핵심은 타인과의 소통이다. SK텔레콤이 지난해 공개한 ‘버추얼 밋업(Virtual Meetup)’은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 최대 100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소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다. 컨퍼런스, 공연, 전시 등 공통 주제를 놓고 모이는 일종의 ‘사랑방’이다. 취향에 따라 얼굴, 머리모양, 복장 등을 선택해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들어 참여시킬 수 있다.

문자만을 주고받는 채팅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을 긁어주기도 한다. LG유플러스는 작년에 모여서 봐야 제 맛인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중계하면서 아바타 기능을 도입했다. 'U+VR'에 '소셜방'을 개설한 뒤 특정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모이게 했다. 이들은 지지하는 구단의 유니폼과 야구모자를 씌운 아바타를 내세우고 실제 음성으로 대화하며 생생하게 경기를 관람했다.

보고 싶은 이와 얼굴 보고 통화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어떨까. 가령 민낯이거나 내보이고 싶지 않은 옷을 입고 있어서 감추고 싶다면? 이럴 때 유용한 것도 내 ‘분신’이다.

KT가 선보인 영상통화 앱 나를(narle)은 최대 8명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로, 하루종일 씻지 않아 추레한 몰골인 상태서 전화가 걸려 와도 걱정 없다. 3D아바타가 나를 대신해 화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통화 중 사진이나 파일전송이 가능하고 유튜브 함께 보기, 그림퀴즈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부가적 요소. 마피아 게임, 그림퀴즈, 고요속의 외침 등의 게임부터 유튜브 영상 함께 보기, 화면 공유하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며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오픈방 개설이 가능한 '콜플레이'를 통해 관심사가 맞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

허물없이 소통할 수 있어서 일까? KT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가족, 지인과 안부를 묻거나 업무용 화상회의 등에 많이 활용되면서 나를(narle) 이용량이 코로나 이전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문자를 주고 받는 채팅으로만 스포츠 경기를 즐기면 뭔가 부족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진행된 2020 KBO 포스트시즌 당시 각 이용자를 나타내는 아바타들이 모여 함께 응원하는 ‘8K 소셜VR실감 야구 중계’를 선보였다. (사진=LG유플러스)

 


남한 인구, 5천만이 아닌 5억명?



올망졸망하게 생겼다고 유치하다 깎아내리지 마시길. 대중은 이미 아바타에 열광하고 있다.

세계적 가수로 우뚝 선 그룹 블랙핑크의 실제 모습을 본떠 만든 아바타 캐릭터 댄스 영상은 유튜브에서 1억명 넘게 시청했다. 당시 블랙핑크는 댄스 영상뿐 아니라 증강현실(AR) 아바타 앱 제페토에서 팬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는 ‘가상 팬 사인회’를 열었는데, 전 세계에서 4600만명 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대중음악 시장에서 아바타는 이제 거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에스파는 진짜 멤버와 가상 세계의 아바타 멤버가 함께 활동하는 형태로 데뷔했다. 가령 인터뷰를 하면 화면에 실제 멤버들과 각자의 아바타인 ae(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모습이 잡힌다.

독특함을 향한 반감도 없다. 이들의 노래 ‘블랙 맘바’ 뮤직비디오가 K팝 그룹 데뷔곡으로는 사상 최단기간에 유튜브 1억 뷰를 달성하며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아바타의 미래는 어떨까? 에스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달 한 방송에 출연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뉴노멀 시대’를 언급하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 프로듀서는 에스파를 언급하며 “AI(인공지능)가 우리의 친구, 비서를 대신하게 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라며 “국민 1명당 10명의 아바타를 갖는다면 우리는 인구가 5억명인 셈이다.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해진 그런 세상을 만든다면 우리나라가 G4, G3 국가가 왜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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