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명성 잇는 ‘신라면 툼바’로 글로벌 공략
유럽법인 설립해 영국·독일·프랑스로 영토 확장
연5억개 추가생산기지 건립…해외시장서 승부수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 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불확실성이란 이름 아래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만반의 대비입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에는 해외 영토를 확장하며 앞날을 준비하고 있는 농심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농심이 글로벌 유통 경로를 확장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하자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겠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현지 법인에 있다. 농심은 1994년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캐나다·호주 등 6개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법인 확장에 따라 매출이 상향곡선을 그렸다. 농심은 지난 2023년 북미시장 성장과 해외 매출 증가에 힘입어 식품업계 3조클럽(매출 3조원 이상 기업)에 입성하기도 했다.
시야를 넓혀 이번에는 유럽 시장을 정조준 했다. 2023년 기준 유럽 라면시장은 약 20억 달러 규모로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2%씩 성장했다. 유럽 전역에 부는 한류 열풍과 함께 라면 먹기 챌린지 등 유행이 맞물리며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농심은 지난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판매법인 ‘농심 유럽(Nong shim Europe B.V.)’을 설립했다. 네덜란드는 유럽 내 물동량 1위인 ‘로테르담항’을 보유하고 있으며, 항구와 연계된 우수한 육상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영국 테스코 ▲독일 레베 ▲프랑스 까르푸 등 유럽 핵심 유통채널에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어 국가별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는 등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농심 측은 “유럽 법인을 거점 삼아 오는 2030년까지 현지 매출 3억 달러(한화 약 43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라면 시즌2 ‘개막’…아프리카까지 뻗는다
해외 공략 필살기(必殺技)로 내세운 무기는 역시 ‘신라면’이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당시 라면 시장의 게임체인저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삼양라면(삼양식품)이 시장점유율에 있어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이후 점점 무게추가 농심 쪽으로 기울어 갔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 1996년 첫 해외 생산에 들어간 신라면은 현재까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농심에 따르면 2023년까지 신라면의 누적 매출과 판매량은 각각 17조 5100억원, 386억개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농심은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신라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신라면 툼바’를 전략 제품으로 앞세워 해외 판매 채널을 공략하고 있다. 신라면 툼바는 신라면에 기초해 치즈, 버섯, 마늘 등을 조합한 제품이다.
농심은 지난 2월 호주 최대 슈퍼마켓 체인 ‘울워스(Woolworths)’와 일본 편의점(CVS) 1위 유통업체 ‘세븐일레븐’에 신라면 툼바 입점을 확정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이들 매장에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울워스는 호주 전역에서 약 11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유통시장 점유율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역시 일본에 2만 10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사다.
울워스 측은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지난 한 해 울워스에 입점한 농심 제품 판매량이 약 2배 증가했다”며 “호주에서도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점과 한국 내 신라면 툼바의 인기를 감안해 전 점포 입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라면 툼바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농심은 지난 3월 말레이시아 주요 유통업체인 로터스(Lotus's), 이온(AEON), 자야그로서(Jaya Grocer) 등에 신라면 툼바 입점을 확정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라면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6억 달러다. 앞으로 5년 간 연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은 또한 말레이시아 틱톡이 운영하는 ‘틱톡숍’에 지난 3월 브랜드 매장을 오픈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나가고 있다.
수출 생산량 2배 증가…연 27억개 공급
급증하는 K-라면 수요에 따라 생산량 확대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심은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5억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녹산 수출전용공장(이하 녹산 수출공장)’ 착공에 나선다.
녹산 수출공장은 기존 녹산공장 여유 부지에 연면적 약 5만 1000㎡(1만 5500평) 규모로 건설된다. 우선 3개의 최첨단 생산라인이 설치되며, 이후 8개까지 라인을 확장하도록 설계된다. 이는 글로벌 수요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녹산 수출공장이 완공되면 수출용 라면 생산량이 현재보다 2배 증가한 연간 10억개가 된다. 여기에 기존 미국법인(약 10억개)과 중국법인(약 7억개)이 합쳐져 연간 약 27억 개의 글로벌 공급능력을 갖추게 된다. 공장은 오는 2026년 상반기 내로 완공될 예정이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이 같은 수출전용공장의 생산력을 기반으로 지난 3월 설립된 유럽 법인 공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향후에는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시장 진출도 확대할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CNB뉴스에 “한국 라면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미국시장은 물론, 유럽과 호주, 일본 등에도 신라면의 매력을 계속해서 알려 나가겠다”고 전했다.
(CNB뉴스=이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