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연예인을 간판으로 내세운 결혼 정보업체가 사기혐의로 피소당하며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업체는 서울 강남에 소재한 R사로, 이 회사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여성대표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중견 탤런트 S씨다.
이 사건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단순히 연예인이 연루돼서가 아니라, 심심찮게 관련 업체로부터 피해사례가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R사의 경우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명연예인을 간판으로 내세운 결혼정보업체의 장점은 이른바 스타마케팅이 가능하다는데 있다. 즉 대중의 인기를 확보한 스타의 인지도를 무기로 다수의 미혼 및 재혼 남녀들을 쉽게 고객으로 유치시킨다는 것이다.
R사의 경우도 평소 대중에게 친근하고 다정한 이미지를 무기로 가입부터 노골적인 유치마케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입을 희망하는 고객이 전화를 걸면 “탤런트 000에요~”로 시작되는 멘트는 기본이고, 소속 매니저는 아예 “000가 대표로 있는 업체니 모든 걸 믿고 가입하시죠?”하며 노골적으로 가입을 종용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후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초기 가입금액도 상황에 따라 멋대로였고, 계약조건에 따른 맞선 주선 횟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가입고객이 이에 불만을 품고 환불을 요구해도 수차례 전화를 회피하며 환불을 이행하지 않았다. 또 제대로 된 회원을 확보하지 못해 맞선으로 내보내는 상대 맞선남은 신원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고, 맞선 현장에서는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는 등 여성회원의 황당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매니저가 수시로 동종업계 타 업체로 이직하며 공공연하게 회원들의 정보를 빼돌리는 정황까지 취재과정에서 포착됐다.
R사는 급기야 부실경영으로 인해 회원들로부터 사기죄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뒤늦게 사건이 불거지자 이 회사 대표 연예인 S씨의 변호인 측은 “지난해 대표이사로 계약은 만료된 상황이고 실질적인 범죄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공동대표이사로서 대외활동과 홍보에 한정하고, 경영에 있어서는 책임을 지지않는 면책조항을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참 아전인수식 해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미 S씨를 보고 가입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분노와 억울함은 어디에도 없다. 시시비야 경찰의 조사결과에 따라 가려지겠지만 적어도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도의적인 책임이나 사과는 찾아볼길이 없어 씁쓸하다.
현재 국내에는 이번 문제가 된 R사 외에도 연예인을 대표로 내세운 다수의 결혼 정보정체가 성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줄잡아 1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 R사의 사례에서 보듯, 이들 업체에 대한 당국의 규제와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들 결혼 대행업체는 이름만 연예인의 이름을 내건 업체가 대부분이라는 설도 있다. 그래야만 장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인륜지대사인 만큼 장사도 좋지만 정직과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좋은 짝을 찾기 위해 애타는 결혼 적령기의 당사자와 부모의 순수한 마음을 무참히 짓밟는 횡포가 이뤄지고 있는 세태가 아쉽다.
무엇보다 연예인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거나 직접 운영하는 사업인 만큼 공인으로서의 책임감과 높은 도덕성을 기반으로 관련 사업에 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참에 연예인이 간판으로 있는 결혼 정보업체에 대한 당국의 광범위한 확인점검이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