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띄운 국힘, ‘1차 인적쇄신’ 발표…당 지도부, 선 그은 채 비대위로 넘겨
윤희숙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거취 밝혀야”…‘계파활동 금지’ 서약 요구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과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1차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으나 혁신 대상에 포함된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가 혁신 방안을 의결하더라도 최종 혁신안은 비대위에서 확정된다”고 주장하는 등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윤 위원장은 16일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적 쇄신 1차분”이라며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하고 당을 탄핵의 바다로 밀어 넣고 있는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을 비롯한 송언석 원내대표는 스스로 거취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20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107명 의원 전원은 계파활동을 근절하고 당의 분열을 조장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하고 서약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지난 13일 당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책임이 있는 분들께 사과를 촉구했으나 그 이후 일어난 일을 보면 ‘사과할 필요도 없고 인적 쇄신 필요도 없다’며 과거와의 단절 노력을 부정하고 비난했다”면서 “국민과 당원에게 계엄은 악몽으로 그간 당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중진이라는 분들이 혁신을 면피 수단으로만 삼으면서 실제로는 과거로의 회귀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계파로 무덤을 판 오욕의 역사가 있음에도 당헌이 금지하는 불법 계파 조직이 아직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면서 “혁신하겠다는 지금도 과거의 잘못을 그대로 반복해 당이 일어서길 간절히 바라는 당원을 좌절시키고 있다. 이는 병든 당의 숨통을 조르는 극악한 해당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인적 쇄신 2차·3차분도 나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계속 있을 것”이라면서도 ‘거취가 탈당을 뜻하느냐’는 질문에는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는 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나·윤·장 의원을 비롯한 송 위원장을 언급한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혁신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 과거 잘못뿐 아니라 현재 관점에서 사과하지 않는 분들은 반혁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 의원은 최근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의견수렴 없는 혁신안은 갈등과 분열을 되풀이하는 자충수”라고 반발한 바 있고, 장 의원은 계엄·탄핵 반성에 대해 “언제까지 사과만 할 것인가?”라고 비난한 바 있다.
더구나 윤·장 의원은 지난 14·15일 각각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선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초청해 전씨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거론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지 못해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등의 주장에 동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장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국민의힘에서 마음 떠나간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더니 거취를 표명하란다. 지금 거취를 표명해야 할 사람은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라며 “윤 위원장의 오발탄으로 모든 게 묻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윤 위원장은 무작정 여기저기 다 절연하자고 하지만 국민의힘마저 절연하면 그분들(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선거 때는 도와달라 사정하고, 선거 끝나면 내쫓고, 소금 뿌리고, 문 걸어 잠그고, 얼씬도 못 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을 ‘혁신’으로 포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나를 쳐라. 나는 당을 위해 언제든 쓰러질 각오가 돼 있다”면서 “이 당을 살리고, 무너진 보수를 다시 세우기 위해 나는 언제든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 있으니 윤 위원장은 정말로 당과 보수재건을 위한 혁신이라면 나를 먼저 혁신위원회로 불러 달라. 당과 보수재건을 위한 혁신이라면 그 어떤 희생도 두렵지 않다”고 적었으나 ‘스스로 거취를 밝히라’는 요구에는 구체적인 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송 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인적 쇄신 요구를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절차적으로 혁신 방안은 혁신위 안에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 의결하면 비대위에 보고되고, 비대위에서 최종 혁신 방안이 확정된다”고 말해 혁신 방안 승인 권한은 비대위에 있는 만큼 최종안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특히 송 위원장은 ‘윤희숙 혁신위원장과 불협화음이 있느냐’는 질문에 “혁신위와 지도부가 갈등 관계에 있는 것처럼 곡해하고 프레임을 씌우려는 경향도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당이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혁신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모든 사람이 최대한 동의할 혁신안을 만들기 위해 함께 애쓰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송 위원장은 윤 위원장이 자신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이나 과정, 취지에 대해 듣지 못했고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지난 14일 토론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윤 위원장이 “극악한 해당 행위”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전혀 공감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