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 포장된 과자(사진 왼쪽), 최종 포장재 제거 후(오른쪽). 사진제공=컨슈머리서치
과자의 포장상자가 실제 내용물에 비해 과도하게 부피가 커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가 이 같은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정한 제재 기준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환경부 기준(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살펴보면 포장 비율을 측정할 때 실제 내용물 기준이 아닌 1차 속 포장과 최종 상자 포장과의 비율만을 따지고 있으며 1차 속 포장지와 빈 공간의 비율이 20%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속 포장지 안의 내용물과 속 포장지 간의 빈 공간 비율에 대한 규정은 아예 없다.
예를 들어 속 포장지안에 사탕 한 개를 넣어두고 포장지를 잔뜩 부풀린 뒤 잔뜩 부풀려진 포장지가 최종 상자 포장과의 빈 공간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를 제재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최근 소비자들이 과대 포장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오리온·롯데제과·해태제과·크라운제과 등 4개 업체의 과자 20종 포장 비율을 직접 측정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85%(17개) 제품의 내용물의 부피가 포장의 1/2에도 못 미쳤다. 오리온의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가 가장 크게 ‘뻥튀기’된 제품 1위를 기록했는데 은박지 낱개 포장·완충재를 걷어낸 실제 내용물의 부피는 171.8c㎥로 박스부피(1021.2c㎥)의 16.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 상자의 83.2%가 빈 공간이었다.
이어 빈 공간 비율을 살펴보면 롯데제과 ‘갸또 화이트’ 80.7%, 오리온 ‘리얼초콜릿 클래식 미니’ 77.6%, 크라운제과 ‘쿠크다스’ 77.1%, 해태제과 ‘계란과자’ 76.2%, 오리온 ‘참붕어빵’ 72.3%, 크라운 ‘초코하임’ 72%, ‘칙촉’ 70% 등 순이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환경부 기준에 따른 비율로 계산하면 사정이 다르다. 즉, 빈 공간 비율이 20%를 넘어 규정을 위반한 과자는 5종(쿠크다스, 초코하임, 연양갱, 버터와플, 칙촉)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법적 기준에 저촉되지 않은 합법적 제품들인 것.
환경부 규정에서 포장 비율을 측정할 때 실제 내용물을 기준으로 하진 않는다. 1차 속 포장과 최종 상자 포장과의 비율만을 따지기 때문으로, 다시 말해 1차 포장을 크게 부풀려 2차 포장과의 비율을 좁히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은 하루속히 고쳐서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제과업체들 또한 현행 기준에는 저촉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리는 ‘뻥튀기’ 포장상술을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 오직 제품의 질과 맛으로 평가받는 상거래 풍토가 이뤄져야 함이 옳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더 이상 제과업체의 뻥튀기 과대포장에 눈속임을 당하지 않도록 당국은 기준 개선에 하루속히 나서길 바란다.
-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