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 인간의 한계 그 이상에 도전하는 마라톤 선수를 보기위해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왔다. 

완주의 기쁨과 육체의 고통이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의 얼굴표정에 교차한다. 완주의 현장에서 기쁨을 함께 공유하는 것도 잠시였다. “쾅” “쾅”. 커다란 폭발음과 비명소리, 허연 연기가 솟구쳤다.

아드리안느 헤슬릿-데이비스(Adrianne Haslet-Davis)는 2013년 보스톤 마라톤 폭탄 테러로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볼룸댄서의 꿈을 버릴 수 없었던 그녀는 1년간의 치열한 재활을 통해서 다시 무대에 섰다. 댄스를 위해 맞춤 제작된 의족을 신고 플로어에 선 그녀는 말했다. “난 희생자(victim)가 아니라 생존자(survivor)다.”

태어난 지 19개월이 된 어린 아기는 열병을 앓았다. 후유증으로 빛, 소리, 언어를 잃었다.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답답함을 말할 수도 없는 어린 소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소녀는 한 가정교사의 도움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의 삼중고는 소녀의 열정을 가로막지 못했다. 그녀는 하버드대학교 래드클리프 칼리지에 입학했고 우등생으로 졸업했다.

세 가지 어려움을 이겨낸 성녀로 기억되는 헬런 켈러의 이야기다. ‘장님’ ‘귀먹어리’ ‘벙어리’의 삼중고를 이겨낸 그녀의 88년 삶은 뭇 사람의 귀감이 되고 있다. 맹농인으로서는 세계최초로 대학교육을 받은 그녀는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작가이자,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장애를 극복하고 어려운 사람을 돌보며 헌신과 봉사의 삶을 살았던 그녀는 말했다. “나는 눈과 귀와 혀를 빼앗겼지만 내 영혼은 잃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것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필자는 11년간 농구선수생활을 했다. 정든 코트와 작별하고 학생으로 첫 발을 내딛었을 때. 학생으로 처음 펜을 잡은 내게 많은 사람은 말했다. “네가 공부를?”, “왜?”, “장난하지 마.” 대부분 사람이 필자가 공부를 해 학위까지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일반학생은 운동만 해왔던 내게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았다. 책과 펜을 벗 삼은 지 11년이 지난 지금, 명함 한구석엔 ‘Ph. D(박사)’가 새겨져 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 돼,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 경기종료를 앞둔 시점에 패색이 짖은 팀의 한 선수에게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농구감독 안 선생님이 한 말이다. 스포츠에서 포기란 패배를 의미한다. 짧은 경기 시간이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는 인생의 축소판과 같다. 내가 선수로서 스포츠에 참여하면서 체득한 것, 포기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인디언이 기우제를 하면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하기 때문이다. 행운의 여신은 꾸준히 노력하는 자에게 미소 짓는다. 꿈을 향해 일하는 동안 ‘포기’란 있을 수 없다. ‘포기’란 배추 셀 때나 하는 말이다.

“포기는 선택일 뿐 운명이 아니다.” 종양으로 인해 왼쪽 다리를 절단했지만 몇 배의 노력으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몸을 가진 외발 바디빌더 바비 로버트의 말이다. 일상의 소중함. 그것을 소중하게 느끼는 마음. 긍정적인 마음가짐. 내 인생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소중함,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글쓴이 임용석은?

고려대학교에서 스포츠 교육학과 인권을 강의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한 그는 청소년농구 대표를 지낸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불의의 사고를 계기로 책을 쥔 그는 학생선수의 교육 및 교육과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 스포츠 현장에서의 훈련성과와 인권 등도 깊이 연구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