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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팬택 위기의 주범은 누군가?

수수방관하는 정부와 이통사의 도덕적 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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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4.07.10 11:27:50

국내 3위의 스마트폰 제조사 ‘팬택’의 운명이 시시각각 종언을 향해가고 있다.

산업은행을 위시한 팬택 채권단은 이통사들을 향한 1800억원 매출 채권의 순환 출자를 팬택 재생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이통사들은 ‘묵묵부답’으로 사실상 순환 출자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

채권단은 4일까지였던 이통사들의 결정시한을 8일에서 다시 14일로 연장해줬지만, 이미 두 차례 시한을 무시한 이통사들이 뒤늦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현재로서는 ‘부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남은 셈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짚을 것은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현재의 팬택 위기를 초래한 주범들을 꼽아보자면, 그 첫 번째는 단연 방송통신위원회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규제 정책이다.

같은 스마트폰을 누구는 비싸게 출고가대로 구입하고, 누구는 불법 보조금에 힘입어 공짜로 구입하는 문제는 분명 시정해야 마땅하나, 그 해결법이 틀렸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보조금 제한 정책’과 그로 인한 ‘이통사 영업정지’는 정작 이통사들에게는 영업이익 증가라는 선물만 가져다줬고, 피해는 휴대폰 판매자들과 제조사, 소비자들이 뒤집어썼다.

올해 초 팬택은 신제품 베가 시크릿 노트와 베가 시크릿 업 등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1월과 2월 연속 흑자를 내 적자 탈출의 호기를 맞았었다. 하지만 방통위가 3월부터 5월까지 45일간에 걸쳐 이통 3사에 영업정지를 내리자, 엉뚱하게 팬택이 직격타를 맞고 적자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업계 3위의 기업이 부도 직전의 위기에 내몰려 550여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7만여 명의 일자리가 한 순간에 사라질 상황임에도 정부는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저 수수방관만 할 뿐이다. 팬택 위기의 주범으로 정부를 첫 손 꼽는 이유다.

두 번째는 이통사들, 특히 SK텔레콤이다. 이통사들은 무분별한 불법 보조금 영업으로 영업정지를 자초함으로써 팬택이 유탄을 맞게 하고, 불법 보조금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금액인 1800억원의 분담조차 거부해 팬택을 막바지로 내몬 장본인들이다.

특히 SK텔레콤은 팬택에 여러 번 큰 빚을 졌음에도 지원을 거부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과거 팬택은 2003년경 소위 ‘소버린 사태’로 SK그룹의 경영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 백기사로 나서 위기를 진화해 준 적이 있다. 이후 SK그룹이 SK텔레텍의 휴대폰 사업을 정리하려 했을 때 팬택이 인수자로 나서 다시 한번 도왔다.

이번 팬택의 위기는 자신들이 한때 받았던 도움을 갚아줄 수 있는 호기임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은 냉정히 주판만 두드리고 있다. 한때 자사 소속이었던 SK텔레텍 직원들 중 상당수가 현재도 팬택에 몸담고 있음을 생각하면 가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10일 오전 팬택의 이준우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한번 이통사들에게 “채권단의 출자전환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채권단이 요구한 1800억원 중 1000억원의 매출 채권을 보유한 SK텔레콤이 이 대표의 간절한 호소에 답을 해야 한다. SK텔레콤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하든 KT와 LG유플러스는 따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받아들이기 쉬운 조건이 아닐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이동통신산업 생태계의 존속을 위해 이통사들은 동업자 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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