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상류사회의 대표적인 이슈메이커이자 힐튼호텔의 상속녀인 배우 패리스 힐튼의 애견사랑은 유명하다. 300만 달러를 들여 자신의 강아지를 위해 집을 마련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온통 분홍색으로 꾸며진 이 럭셔리 ‘개집’에는 에어컨·소파 등이 구비돼 있어 ‘개팔자 상팔자’란 말을 실감나게 한다.
#2. 최근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펫쇼 박람회의 한 부스에서 판매한 상품의 가격이 큰 관심을 끌었다. 소비자 가격이 400만원인 이 상품은 20% 특별 할인된 320만원에 판매됐다. 울트라고화질(UHD) TV나 대형 냉장고가 아닌 ‘반려견 드라이기’ 이야기다.
▲<이미지 출처=이미지파티>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아낌없이 애정을 쏟는 사람들이 국내에도 크게 늘어났다.
반려동물과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들을 ‘펫팸족’이라고 한다. 펫팸족은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Family)가 합성된 신조어다.
펫팸족은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동물에게 건강하고 질 좋은 의식주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평소 유기농으로 재배된 채소와 생고기로 만든 사료를 먹인다.
애완동물이 죽으면 장례를 치를 뿐 아니라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하고 수시로 들러 하늘로 떠난 반려동물을 그리워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국내에서 1천만명을 넘어섰다.
국내의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는 1인가구의 증가가 꼽힌다. 결혼과 출산율이 떨어지는데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늘어나는 1인가구의 구성원들이 애완동물로 외로움을 달래려고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율은 2012년 기준 4가구 중 하나인 25.3%에 이르렀다. 2025년에는 셋에 하나 꼴(31.3%)이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으면서 관련시장 규모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펫산업협회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의하면 한국의 펫비지니스 시장 전체 규모는 최대 5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 역시 1인 가구와 노년 인구 증가로 매년 15~20%씩 성장하면서 2020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자제품에서 장례식장까지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반려동물 산업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코리아펫쇼 박람회에서는 400만원짜리 반려견 전용 드라이기 뿐만 아니라 강아지가 보는 TV, 강아지를 위한 생수 등 다양한 이색상품들도 애견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선방송채널인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는 사람이 아닌 강아지가 보는 TV인 ‘도그TV’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월 시청료가 일반 공중파 방송 시청료보다 훨씬 비싸지만 가입자 숫자가 꾸준히 늘면서 이들 채널을 보는 ‘시청견(犬)’ 숫자가 1만 마리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CJ헬로비전이 미국, 이스라엘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로 도입한 뒤 경쟁사인 티브로드도 합류했다.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시장도 고급화로 변하고 있다. 애완가구 브랜드인 럭시펫은 스프러스 원목의 자연스러움에 고급스러움을 더한 럭셔리 애완가구를 내놓았다.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인식변화로 애완가구 역시 친환경 소재와 구성 및 효용성이 높은 제품이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애견센터까지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애견미용실이나 애견용품 판매에 한정됐던 애견센터는 대체와 재분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서비스업을 속속 등장시켰다.
반려동물 전용 장례식장부터 전용 유기농 간식 판매장까지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애완동물 미용실과 마찬가지로 시장포화 상태에 허덕이고 있는 동물병원 업계는 대형화를 선택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대한제분이 투자해 세운 ‘이리온 동물병원’은 2층 2,314㎡(700평) 규모로 동물의료원, 유치원, 트레이닝센터, 미용실 등을 한데 모았다. 반려동물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반려동물 전용 장묘업이다. 지난 2007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동물장묘업의 정식 등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대구를 포함해 270여개의 반려동물 장묘서비스업체가 있다.
이들 업체는 서비스의 등급과 애완동물 사체의 크기에 따라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의 요금을 받고 장례절차를 대행해준다. 사체 운구부터 입관식, 매장 혹은 화장까지 절차도 사람과 똑같다. 최고 비용을 지불 할 경우 장례전용 리무진까지 제공된다.
▲유선방송채널인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는 사람이 아닌 강아지가 보는 TV인 도그TV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TV그로그램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흔히 퀵서비스로 불리는 소규모 운수업종도 발 빠른 변화를 하고 있다. 기존 퀵서비스에 사용됐던 차량의 적재함을 안락하게 개조해 ‘애완동물 전용 택시’로 변신한 것이다.
명절이나 휴가철 장거리 이동시 반려동물이 기차나 고속버스 등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에 착안한 사업이다.
여름철 휴가지인 해수욕장도 반려동물용 사업 대상이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문을 열었던 애견해수욕장은 속된 말로 대박을 쳤다.
강릉 사근진 해수욕장에 문을 연 애견해수욕장은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방문객 수 14,020명에 주인과 함께 온 애완견도 8,980마리나 됐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 한 백화점은 애견용 극세사 쿠션, 방수 의류 등 고급 애견용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열어 반려동물 시장의 고급화 추세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산업 뿐만 아니라 먹거리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롯데닷컴에 따르면 유기농 재료를 쓴 고급 애견사료 매출이 1년새 거의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농 사료의 가격이 일반 사료보다 5배가량 비싼 ㎏당 2만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의 성장성 규모를 알 수 있다.
애완동물 용품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출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라면서 “애완동물 전문 영양관리사, 애완동물 액세서리 전문 디자이너 등 새로운 틈새시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