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식기자 |
2015.05.07 11:28:09
▲‘한화토탈’로의 새출발을 알리는 ‘삼성토탈’ 홈페이지 안내문(사진: CNB포토뱅크)
김승연 한화 회장 ‘화학 1위’ 꿈 현실로
재계순위 10위→9위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통합사옥 마련 못해 한화맨 삼성타워 출근
졸지에 한화맨 된 삼성맨들 위로금 6천만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이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로 기업명을 바꾸고 한화그룹의 일원이 됐다.
삼성테크윈·탈레스 등 방위산업 부문 2개사의 인수까지 마무리되면 한화는 ‘화학 1위’와 더불어 ‘방산 1위’ 타이틀을 획득하는 것은 물론, 재계 순위도 현재 10위에서 9위로 한 계단 오르게 된다.
6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6일 홍진수·김희철 신임 공동 대표와 주요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틀 앞선 4일 한화토탈도 김희철 신임 대표 주재하에 출범식을 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한화그룹은 삼성 측에 3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기로 한 전체 인수대금 중 1차분인 4124억 원을 지급하고 삼성종합화학 57.6%, 삼성토탈 50%의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인수자금은 한화에너지와 한화케미칼이 각기 2148억원, 1976억원씩 부담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삼성과 한화가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유화·방산부문 4개사를 1조9000억원에 매각·인수하는 빅딜에 합의한 지 약 5개월 만에 유화부문의 양수도 절차가 마무리됐다.
▲홍진수 한화종합화학 신임 대표이사(왼쪽)와 김희철 한화토탈 신임 대표이사 겸 한화종합화학 신임 대표이사(오른쪽)(사진: 연합뉴스)
두 회사의 합류로 한화그룹 유화(석유화학) 부문 매출은 약 19조3087억원(2014년 말 기준)으로 늘게 됐다. 기존 계열사인 한화케미칼(매출 3조9517억원), 여천NC(3조5694억원), 한화화인케미칼(1366억원), 한화첨단소재(9644억원)에 한화종합화학(1조7306억원), 한화토탈(8조7913억원)을 합친 액수다.
자산규모도 21조1735억원(2014년 말 기준)으로 늘어, 기존 1위였던 LG화학(18조1276억원)을 제치고 국내 유화부문 1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한화는 유화부문을 세계 5위권으로 진입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를 세계 9위인 291만t으로 끌어올려 규모의 경제와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나프타-콘덴세이트-LPG로 원료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북미·중동의 석유화학 회사들과 직접 경쟁하겠다는 것.
에틸렌 일변도의 제품군에서 벗어나 폴리프로필렌, 파라자일렌, 스티렌모노머와 경유·항공유 등 에너지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김희철 신임 한화토탈 대표는 “그룹 화학 계열사들의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실현되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한화토탈 출범으로 김승연 회장은 오랜 숙원이었던 ‘정유사업’에 다시 도전하게 됐다.
한화그룹은 지난 1970년 경인에너지 설립을 통해 정유사업에 나섰다가 1999년 현대오일뱅크에 공장과 영업망을 매각하며 정유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바 있다.
삼성토탈은 2012년 7월 알뜰주유소에 납품하기 시작한 이후 매년 2부 리그 사업자로 선정돼왔기 때문에 한화토탈이 자연스럽게 ‘제5정유사’로 진출하게 된 것.
한화그룹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어찌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유사업을 시작하게 됐지만, 주유소 체인을 설립한다든가 하는 본격적인 참여는 계획에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충남 대산의 한화토탈 공장 전경(사진: 한화토탈)
‘장밋빛 청사진’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아직 넘어야할 산도 여전히 높다. 삼성맨과 한화맨 간의 이질감 극복, 노조의 반발, 통합사옥 마련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2000명의 새 식구가 늘어났지만, 아직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고 전했다.
한화그룹에 합류하는 직원 수는 삼성토탈 1727명, 삼성종합화학 350명으로 합하면 2000명을 넘어선다.
하루아침에 삼성맨에서 한화맨으로 신분이 바뀐 삼성 측 직원들은 아직 변화를 크게 느끼지는 못하는 듯했다. 여전히 삼성타운으로 출근하고 있기 때문. 한화그룹은 아직 새로운 식구들이 근무할 공간을 준비하지 못했다.
한화는 서울 중구의 한화금융플라자를 리모델링해 양사에 제공한다는 계획인데, 입주가 가능해지는 오는 7월까지 양사 임직원들은 서울 강남구 서초동의 삼성타운으로 어색한 출근을 하게 됐다.
지난 4일 한화토탈 출범식이 열린 장소도 삼성타운의 삼성전자 사옥 내였다. 이날 행사에서 김희철 신임 대표는 한화그룹의 사훈 ‘신용과 의리’를 언급하며, ‘한화그룹 DNA’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식을 마친 후 김 대표는 한화그룹 배지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신뢰·존경·혁신’의 의미를 담은 3개의 원이 그려진 오렌지색 배지다. 삼성의 영문 이니셜이 새겨진 푸른 배지를 달아오던 직원들은 “이제야 소속이 바뀐 것이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노조가 여전히 인수를 반대하고 있고, 위로금과 관련한 논란도 분분하다.
삼성 측은 한화토탈에 일인당 총 6000만원(4000만원+기본급 6개월 치)의 위로금을 지난달 30일 일괄 입금했고, 한화종합화학에도 일인당 총 5500만원(3600만원+기본급 6개월 치)을 이달 중순 경 입금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화토탈 노조는 위로금 반납 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한화종합화학도 조만간 위로금 등 사측 제시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사 직원들은 차분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토탈의 한 직원은 “과거 비슷한 방식으로 삼성에서 떨어져나간 삼성코닝 직원들도 위로금 6000만원에 합의했다”며 “6000만원이 통장에 꽂히면 거부할 수 있는 직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순위 9위를 눈앞에 둔 서울 장교동의 한화그룹 본사 사옥(사진 제공: 한화그룹)
유화부문 2개사와 달리 방산부문 2개사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는 갈 길이 멀다. 양사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는 등 인수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
하지만 한화그룹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특별히 기간을 한정짓지는 않겠지만, 예정대로 상반기 내에 인수가 완료될 것”이라며 낙관했다.
한화측의 기대대로 방산부문 2개사가 유화부문 2개사처럼 인수 작업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충분하다. 노조측의 기세가 상당부분 수그러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화가 예정대로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마무리짓게 되면, 화학 1위에 이어 방산 1위 타이틀도 획득하게 된다.
(주)한화의 방산부문 매출 1조184억원에 삼성테크윈의 9635억원, 삼성탈레스의 6176억원을 합치면 총 매출 2조5995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국내 방산부문 1위였던 KAI(한국항공우주)의 매출 2조3148억원을 능가하는 규모다.
글로벌 방위산업 순위도 기존 한화는 100위권 바깥이었지만, 인수가 완료되면 30위권으로 단번에 진입하게 된다.
국내 재계 순위도 변동이 일어난다. 현재 한화그룹의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는 10위지만, 삼성 4개사 인수가 마무리되면 자산총액이 50조원을 돌파하게 되어, 한진을 제치고 9위로 올라서게 된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