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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보다 강한 희망… 한전산업개발 ‘응원 나무’ 얽힌 사연

[생생현장] 국립중앙의료원에 뿌리 내려…의료진에 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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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5.08.07 16:51:03

▲국립중앙의료원 로비에 전시된 응원 비타민 나무. (사진=이성호 기자)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초기,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인해 국민 불안은 증폭됐다.

확진자 수 186명, 대한한국은 세계 2위의 메르스 환자 발생국이라는 오명을 썼다. 한창 메르스가 창궐하던 지난 6~7월 한국전력공사 계열사인 한전산업개발(이하 한전산업)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메르스 퇴치에 힘썼다.

이들이 당시 목숨을 걸고 메르스 환자 치료에 나섰던 의료진들을 위해 모은 작은 정성은 무더위에 지친 일상에 촉촉한 단비 같은 느낌이다. (CNB=이성호 기자)

땡볕 거리서 한달 간 응원메시지 받아
사투 벌이던 국립중앙의료원에 전달
‘숨은 봉사’ 서울시 게시판에 공개돼

전국을 혼란과 공포로 뒤흔들었던 메르스 사태는 이제 진정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한때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의 6일 모습은 당시와 많이 달라졌다.  
  
메르스와 사투를 벌였던 정문 앞 주차장 ‘선별진료소’를 지나 병원 입구에 들어서자 아직까지 간호사들이 마스크를 쓴 채 환자 및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발열을 체크하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민관종합대응TF회의를 거쳐 다음날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통해 메르스 국면이 사실상 종식됐다고 선언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따른 완전 종식발표가 있을 때까지, 이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환자 및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위해 대기 중인 간호사. (사진=이성호 기자)

서울 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간 이날, 폭염 속에서 마스크를 쓴 채 에어컨 바람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선풍기 하나에 의지하며 출입하는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간호사들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한 간호사의 붉어진 얼굴이 더위에 지친 듯 보여 “괜찮냐, 수고하신다”는 인사를 건네자 미소로 응대했다. 얼굴이 마스크에 가려져 웃는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느낌이 닿았다.

병원 로비에 들어서자 알록달록한 종이들이 빽빽이 달린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이 형형색색의 종이들은 한전산업이 지난 6월 17일~7월 초 서울 서소문로 본사 앞 인도변에 가판을 설치해 시민들로부터 모은 ‘정성’이다. 땡볕 아래서 회사 임직원들은 비지땀을 흘렸다. 이 응원 메시지는 ‘응원 비타민 나무’로 탄생했다.

한전산업은 지난달 10일, 당시 18명의 메르스 환자를 돌보고 있던 국립중앙의료원에 시민 응원액자와 함께 이 나무를 전달했다.

▲응원 비타민 나무.

이 자리에서 이삼선 한전산업 대표이사는 “국가적 재난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에 작지만 진실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안명옥 의료원장은 “한전산업이 보내준 응원에 힘입어 마지막 환자가 완치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비타민 열매(응원 메세지)가 주렁주렁 매달린 아름드리나무는 의료원 로비를 지나가는 의료진들에 잊지 못할 힘이 되고 있다.

한 의사는 “저 나무를 볼 때마다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떠오르며, 의사로서 다시 한번 생명의 존엄을 생각하게 된다. 메르스보다 더 강한 게 희망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 시민들이 큰 힘이 되었다”고 밝혔다. 

한전사업의 ‘숨은 봉사’는 메르스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월 말경 한 시민이 서울시 게시판에 미담을 올리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지하철 시청역 출구 앞에서 어떤 기업인지 모르지만 메르스 예방 손 소독 무료봉사를 진행하고 있어 칭찬한다”는 내용이었다.

▲한전산업이 비치한 게시판에 응원 메시지를 작성하는 모습.

흔한 기업의 로고나 사명 없이 캠페인 활동을 펼친 주인공은 한전산업이었다. 한전산업은 메르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6월 17일부터 거리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의료진과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보내는 국민들의 응원메시지를 모았다.

일부 대기업들이 의료진에게 빵과 우유 같은 구호물품을 보내고 사직 찍기에 급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한전산업 관계자는 CNB에 “국가적 위기 상황을 함께 이겨내자는 취지에서 작은 봉사를 했을 뿐이며, 기업홍보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한전산업 본사 앞 현수막

현재 한전산업 본사 앞은 손소독제와 응원 서명 가판 대신 현수막 하나가 걸려 있다. “메르스를 함께 이겨 낸 시민들께 감사한다”는 내용이다. 현수막 말미에는 “앞으로도 국가적 재난에 시민 여러분과 함께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썼다.

한전산업은 널리 알려진 기업은 아니다. 한국전력이 전액 출자한 자회사였으나 2003년 한국자유총연맹이 51% 지분을 인수했다. 2010년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자유총연맹, 한국전력 각각 20%씩 지분을 매각했다.

현재 자유총연맹이 31%, 한국전력이 2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자유총연맹이 정부 단체라 여전히 한국전력 그룹에 소속돼 있다. 주로 한전의 검침 등 공공부문 사업을 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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