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2년 2월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SK루브리컨츠 핸드볼팀 창단식에서 축사를 하는 최태원 당시 대한핸드볼협회장.(사진=연합뉴스)
70번째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 된 최태원 SK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직에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체육단체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측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위단체인 대한체육회는 “전례가 없어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개진했다. 과연 최 회장의 협회장 복귀에 법적 문제는 없는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CNB=정의식 기자)
최 회장 사면복권에 핸드볼인들 ‘반색’
협회장 복귀 놓고 체육계 ‘동상이몽’
SK “회사 난제 산적…때 이른 얘기”

▲지난 1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기 의정부교도소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광복 70주년을 맞아 형집행 면제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을 받았다.(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풀려나자 SK그룹 못지않게 환영을 표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핸드볼인들이다.
이들이 최 회장의 석방을 반긴 것은 지난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 23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핸드볼 대중화를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최 회장의 남다른 핸드볼 사랑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핸드볼 선수 생활을 경험했던 최 회장은 협회장 취임 후 핸드볼전용경기장을 건립하고, 여자 실업팀 SK슈가글라이더즈를 창단하는가 하면, 각종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등 매년 80억원 가량을 핸드볼 사업에 투자하는 열정을 보였다.
최 회장은 2013년초 2017년까지 임기를 가진 24대 협회장으로 연임하는 데 성공했지만, 비슷한 시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며 직무가 정지됐고, 이듬해인 2014년 2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의 원심이 확정되면서 협회장직을 정식으로 사퇴했다.
이후 핸드볼협회는 한정규 부회장(SK텔레콤 부사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는 체제로 운영됐다. 핸드볼협회 정관에 따르면 60일 내에 새로운 회장을 선임해야 했지만,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직무대행 체제가 현재까지 이어져왔다.
최 회장의 부재 기간 동안 핸드볼계는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이전보다 지원에 소극적이라거나, 파벌싸움이 늘었다며 협회 집행부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고, SK그룹 측이 핸드볼 지원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있었다.
한 핸드볼팀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리그전의 경기수가 줄어들고, TV중계마저 사라져 핸드볼계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현 집행부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데만 집중하면서, 장기적 과제인 리그전 활성화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핸드볼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핸드볼계의 중론이다. 남자대표팀은 올림픽을 비롯한 세계대회 출전을 자신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으며, 여자대표팀도 ‘안심할 수 없는 전력’이라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핸드볼계의 위기를 해결할 적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최 회장이 자유의 몸이 됐지만, ‘핸드볼협회장 복귀’는 우선순위에서 다소 뒤로 밀려 있는 상태라는 점.
최 회장은 사면 이후 그룹의 핵심현안에만 매달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태다. 지난 17일에는 자신이 주재하는 첫 번째 ‘확대경영회의’를 열어 반도체 분야에 4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18일에는 대전과 세종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잇따라 방문해 창조경제 시범사업의 현황을 점검했다.
SK그룹 관계자는 18일 CNB와 통화에서 “산적한 현안이 많아 핸드볼협회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고, 한동안은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협회장 복귀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은 전혀 검토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도 “최 회장이 사면되어 다행이지만 아직 우리쪽 일까지 신경쓸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복귀와 관련한 어떠한 논의도 진행된 바 없다”는 입장을 CNB에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이 복귀를 원할 경우 문제될 것은 없지만, 무조건 복귀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대의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는 최태원 전 대한핸드볼협회장.(사진=연합뉴스)
복귀에 법적 걸림돌 있을 수도…
이렇듯 SK그룹과 대한핸드볼협회 내부 기류는 최 회장의 핸드볼협회장 복귀 시점을 점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여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 회장의 복귀에 법적·제도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가맹단체 임원의 결격 사유를 규정한 조항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대한축구협회, 대한야구협회, 대한핸드볼협회 등 66개 경기단체가 가맹된 국내 체육계의 대표 단체다.
대한체육회의 가맹경기단체 규정 14조(임원의 결격 사유)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의 경우는 가맹단체 임원 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 조항에 근거해 최 회장은 지난 2014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자 핸드볼협회장 직에서 물러났다.
이와 관련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CNB에 “해당 규정이 실형 선고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일정기간이 지나기 전에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맞다”면서도 “최 회장의 경우는 사면·복권됐기 때문에, 이 규정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리적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특별사면으로 형 선고가 실효됐고, 복권까지 됐으므로 협회장 복귀에 대한 법적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형 선고가 있었던 사람의 임원 자격을 제한하려는 것이 규정의 취지라면 해당 규정을 강력하게 적용할 수도 있다. 이는 전적으로 대한체육회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