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금호아시아나 본관. (사진=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9일 금호산업 인수가격으로 약 7000억 원을 채권단에 제안했다는 소식에 대해 금호아시아나측은 “정확한 가격은 우리도 모른다”며 조심스런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날 오전 채권단의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한 지분 인수가격으로 7000억 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인 점을 감안해서인지 금호아시아나 측과 마찬가지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도 “정확한 제안(받은) 가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가격으로 6503억 원을 제시했었으나, 채권단은 7935억 원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다.
양자간의 가격차이가 1500억 원에 달해 2차 협상에서는 양측이 각기 500억 원 내외를 줄인 7000억 원과 7500억 원 사이에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번주 내로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박 회장이 제안한 가격을 부의하게 된다. 채권단 의결권 기준으로 75%가 박 회장의 인수가에 찬성하면 금호산업 매각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55개 채권단이 동의·부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일주일 가량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어, 빠르면 다음주 중 채권단 결의가 완료되고 이달 말쯤 매매 계약이 체결될 수도 있다.
업계는 박 회장이 이번에 제안한 가격이 산은으로부터 나름의 언질을 받은 끝에 결정한 마지노선인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이 박 회장 측에 최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박 회장이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해 서로 간에 접점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박 회장이 제시한 금액이 채권단 결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열린 채권단 전체 회의에서 채권단의 절반에 달하는 금융사들은 7000억 원 이하의 금액에 금호산업을 매각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래에셋 등이 여전히 높은 가격대의 매각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동생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형(박삼구)이 포기하면 8000억 원에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새로운 변수까지 등장한 상황이라,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가 여전히 첩첩산중이라는 의견도 많다.
어쨌든 공은 채권단으로 넘어간 상태로, 채권단의 입장이 정리될 다음주 중이면 오랫동안 끌어온 금호산업 인수전은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날 것으로 보인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