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최고의 선물은 스킨십, 엄마에게 최고의 선물은 코끼리밥솥! 1990년대의 모습이다. 2010년대는 어떨까. 아이에게 최고 선물은 스킨십으로 변함 없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최고의 선물은 수시로 변한다. 요즘엔 취사도구 보다는 많은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더 인기인 듯하다. 탈모가 있는 어머니는 모발회복 치료가 큰 선물이다.
요즘에는 20대 딸과 50대 어머니가 손잡고 병원에 오는 경우가 심심찮다. 탈모는 대부분 유전이다. 부모에게 모발이 적으면 자녀도 탈모 가능성이 높다. 어느 어머니나 레퍼토리는 한결 같다. “제 모발이 가늘고 약했어요. 그런데 딸도 그러네요. 닮을 것을 닮아야지.”
모녀의 탈모 치료는 대략의 흐름이 있다. 먼저, 중년의 어머니가 전화 상담을 한다. 본인이 아닌 딸의 증세를 이야기 한다. 다음,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어머니는 딸을 설득해 병원에 보낸다. 딸은 몇 회 치료받으면서 모발회복을 확신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딸이 어머니를 설득한다. “쉰 살, 예순 살 여성들이 병원에 많아요. 엄마도 치료하면 머리카락이 날 거예요.”
딸의 강권에 어머니도 치료 대열에 동참한다. 이날부터 모녀는 손잡고 병원에 소풍 오듯이 나들이한다. 모녀의 공감대가 형성된 주기적인 데이트다. 같은 주제로 함께 고민하는 모녀는 대단히 친밀해지는 경향이다.
2016년 어버이날을 며칠 앞뒀을 때다. 30대 초반의 딸이 50대 후반의 어머니에게 살짝 말한다. “엄마, 저는 어버이날에 선물 안해도 되죠. 6개월 동안 15번이나 엄마와 병원에 왔잖아요. 이것보다 큰 효도가 있겠어요.” 이 말을 들은 어머니의 표정은 무척 포근해 보였다. 이미 효도를 다하고 있다는 생각인 듯했다.
이 모녀도 처음에는 어머니가 딸의 탈모치료를 위해 상담했다. 먼저 딸이 치료를 받다, 나중에는 어머니도 병원을 찾게 되었다. ‘어머니와 딸의 동반치료’가 ‘모녀의 대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낳게 한 사례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탈모 11가지 약으로 탈출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