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사진제공=부산대)
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한류팬으로 잘 알려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부산대학교에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고 특강을 개최한다.
부산대는 일본의 제93대 총리인 하토야마 유키오(72세) 전 총리의 정치 신념과 공동체 번영을 위한 다양한 정치활동 업적을 인정해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학위 수여식은 오는 10월 2일 오후 4시 대학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다.
또한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부산대에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오후 4시 30분경 '아시아의 평화와 동아시아의 공동체 구축'을 주제로 1시간가량의 특별강연을 할 예정이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국에 대한 인식이 깊고 식민지 역사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이 과거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온 대표적인 지한파 일본 정치 지도자"라며 "정치 및 외교 분야에 풍부한 식견과 경험을 가진 분으로서 한일 우호 교류 증진뿐만 아니라 향후 동아시아 번영을 향한 양국의 도약에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학위 수여 취지를 전했다.
부산대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게 될 하토야마 전 총리는 '우애(友愛, fraternity)' 정신을 바탕으로 일본 국내적으로 지역주권국가 확립을, 대외적으로는 동아시아 공동체 실현을 통한 동아시아의 번영을 주창해 온 일본의 정치 지도자이다.
1984년 일본 내 자민당 입당 후 정치활동 기간 동안 선거제도와 내각제도 개혁을 통한 금권정치 철폐 및 탈 관료화를 도모했다. 시민주권의 실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인 '새로운 공공'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비영리단체와 시민활동가의 활동을 강화하기도 했다.
특히 동아시아 공동체 추진을 외교 정책으로 삼아 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번영을 주창하는 등 국가 간 이념의 장벽을 초월한 세계 정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하토야마 전 총리는 "우애의 관점에서 보면 아시아에서 일본이 신뢰받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역사인식 문제를 명백히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를 진지하게 돌아보는 용기를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아시아 속에서 공생이라는 사상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창해 왔다.
올해 9월 1일에도 일본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일본인 자경단 등에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하는 '대지진 95주년 행사'에서 "차별의 연쇄를 끊고 우애 사회를 창조하지 않고선 일본의 미래, 아시아의 평화는 구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총리 퇴임 이후 일본 아베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도 높게 비판했고,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의 실체를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사죄한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 새로운 국제협력의 이념과 방향성으로 동양의 고유한 '우애' 정신을 제시한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부산대 방문에 앞서 UN기념공원 등을 방문해 추모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학위 수여식 다음 날인 10월 3일에는 2차 대전 중 강제징용 등으로 일본에 머물다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은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을 위해 설립된 경남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을 위로 방문할 예정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합천에 머물며 전호환 부산대 총장, 문준희 합천군수 등과 동행해 복지회관 내 위령각을 참배하고 원폭 자료관을 관람하는 등 원폭 희생자와 생존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