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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두권의 책과 한편의 영화, 남북경협과 우리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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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18.10.01 14:10:06

▲남북정상회담 백두산 기념사진이 걸린 지난달 28일 서울도서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북한 문제와 관련해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한 권은 사진기자인 진천규 씨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이다. 그는 한겨례신문, 미주한국일보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다가, 2010년 5·24조치 이후 유일하게 북한을 방문해 평양 등 최근 모습을 담았다. 사진기자의 책이기 때문에 평양 과학자거리처럼 최신 초고층 아파트 모습부터, 옥류관 평양냉면, 놀이기구를 타는 평양시민들 등 많은 사진을 담고 있다. 

책에 의하면 북한은 여전히 계획경제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정부에서 지정해주고, 고등교육까지 의무인데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생활전선으로 나갈 경우 직업도 국가가 정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에는 건설노동자라는 직업이 없다고 한다. 차마 국가에서 특정인을 험한 건설노동현장으로 내몰 수 없어서 건설 일은 군인들이 담당한다고 한다.

다른 한 권의 책은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다 소설가로 변신한 장강명 씨의 ‘팔과 다리의 가격’이다. 이 책은 1990년대 중반 수백만명이 아사로 죽어간 북한 고난의행군 시절, 국경지대 탄광마을에서 살았던 탈북민 지성호 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고난의행군 시절 북한의 길거리에는 굶어 죽는 시체들이 즐비하게 쌓였다고 한다. 탈북민 지씨는 석탄가루를 팔아서 옥수수가루를 사기 위해 열차에 다가갔다가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잃었다고 한다. 지씨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오빠에게 사탕과 사과를 주기 위해 돌가루에 가까운 것들을 사달라고 울면서 돌아다니다가, 결국 어머니는 여동생에게, 여동생은 막내동생에게만 말하고 집을 나갔다고 한다. 배고파서 죽는 과정의 끔찍함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출간된 책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팔과 다리의 가격’ 표지 모습. (사진=타커스, 아시아)


최근 개봉한 영화 ‘공작’에서도 북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993년 공작명 흑금성이 북한에 접근해 금강산 관광과 광고촬영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내용이다. 결국 흑금성은 북풍공작 속에서 희생되는데, 당시 고난의행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북한민은 조국을 사랑하지만 소수에 의해 폐쇄된 왕국으로 어린아이들이 굶어죽는 현실이 싫다고 토로한다. 

이런 최근 공개된 일련의 콘텐츠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북한은 감자 생산량이 많아서 고난의행군 시절 만큼 극단적이고 보편적인 아사의 위험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대북제재가 강해 이를 타계해야만 마이너스 성장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남한의 입장에서는 왜곡된 근현대사의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저성장의 늪을 탈출할 방편으로 남북경제협력을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8~20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총재 등이 동행했다. 비핵화 조치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라는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실제로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진 건 없다는 게 산업현장의 반응이다.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뜬구름이고, 북한 경제개방이 시작된다고 해서 모든 비즈니스 기회를 남한 기업이 독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향후 기회는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남북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거대한 양상을 띈다. 냉전체제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아직 진행 중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남북이 모두 사회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리면서 서로 가까워지고 신뢰할 수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자유, 평등처럼 UN이 추구하는 가치들이 확대되는 방향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치와 경제, 역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온전한 평화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게 지금 우리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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