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환 총장이 1층 현관까지 마중 나가서 손병목 동문의 56년 만의 뜻깊은 모교 방문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대)
공직생활의 뒷받침이 돼준 고마운 모교를 위해 1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자신과 맺은 삶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졸업 이후 56년 만에 처음으로 1억 원의 장학금을 들고 부산대학교를 찾아온 동문의 기부 스토리가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대는 법과대학 행정학과(현재는 사회과학대학 소속) 57학번 출신 동문인 손병목(만82세) 씨가 지난 24일 오후 모교를 찾아 생계가 어려운 후배들의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억 원의 대학 발전기금을 기부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감동한 부산대 전호환 총장을 비롯한 대학본부 측은 주요 귀빈 방문 때만 사용하던 레드카펫을 1층 현관에 깔아 환영하는가 하면, 총장이 직접 1층 현관까지 마중 나가서 손병목 동문의 56년 만의 뜻깊은 모교 방문을 맞이했다.
57학번인 손 동문은 1962년도에 졸업한 뒤 강원도 홍천의 한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6년간 교사로 근무하다가, 1968년 다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당시 부산 동래군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손 동문은 이후 부산 동래, 양산군을 거쳐 경상남도에서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해 당시 부산직할시장의 비서관과 내무부차관 비서관, 국토통일원장관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또 내무부로 복귀해 경기도 지방공무원 교육원과 농정국 교통관광국, 내무국을 거쳐 안양시 지역경제국장과 경기도 동안구청 부구청장을 역임한 뒤 33년간의 공직생활을 지방부이사관으로 퇴임했다.
공직 퇴임 이후에도 쉬지 않고 중소기업 발전협의회 고문과 대림대학 비서행정학과와 경영정보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대현그룹 상임고문과 주왕산 관광호텔 사장을 거쳐 원도건설 회장 등을 역임했다.
손 동문은 특히 팔순 평생을 살면서 '3권의 책 쓰기'와 '소장품으로 기념관 만들기', '형편이 어려운 학생 공부시키기' 등 자기 자신과의 몇 가지 약속을 했었다.
그는 "나와의 약속 중에서 '책 발간'은 4권을 펴냈으므로 이미 달성했고, 글씨·그림·도자기 등 소장품으로 기념관을 만드는 것은 유지 관리가 어려워 밀양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며 "마지막으로 부모님께서 항상 가르쳐주셨던 '인(仁)의 실천, 은혜를 갚는다'는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부산대에 은혜를 갚고자 1억 원을 기부하게 됐는데, 내 인생에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손 동문은 또 "어릴 때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논도 팔고 동생들이 나 때문에 다 희생했고, 약국을 운영하는 친구 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지내곤 했다"며 "친구들과 술 마실 때는 내가 돈을 잘 안내서 '짠돌이' 소리를 듣곤 했는데, 그때마다 '내 약속을 지키기 전에는 술을 살 수가 없다'고 양해를 구했었는데 이해해준 친구들이 고맙다"고 웃음을 지었다.
한편 부산대에는 근래 들어 대학설립 초창기인 50~60년대 고학번 동문들의 거액 발전기금 출연이 계속 줄을 잇고 있다.
올해 2018년에도 이양자 동문(가정교육과 69학번)이 1억 원을 기부했고, 특히 6월에는 故 허신구(상학과 50학번) GS리테일 명예회장이 30억 원을 출연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지난주 10월 23일에도 오봉석(건축공학과 62학번) 동일건축 회장이 2억 원의 발전기금을 출연하는 등 옛 선배들의 각별한 모교사랑 소식이 잇따르면서 큰 감동을 주고 있다.